#1. 3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8)씨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아동용 놀이교구가 싸다는 친구의 추천으로 접속해 봤는데, 제품들이 너무 저렴해서 놀랐다. 물론, '7일 내 배송 보장'이라는 말과 달리 배송이 지연되기도 하고, 아예 망가진 채로 받은 제품을 봤을 때는 괜히 샀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좋으면 쓰고 나쁘면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라며 "완전 부서져서 온 상품은 어차피 500원짜리였으니 그냥 버렸고, 수납용품과 같은 제품은 너무 좋아서 또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2. 30대 남성 신모씨도 알리에서 차량용 청소기와 충전 케이블 등을 구매했다. 중국산이라는 생각에 먹거리를 사는 것은 찜찜하지만, 공산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도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기에 '속는 셈 치고' 구매했다고 한다.
그는 "사기를 당했다고 해도 5천원도 안 하는데 사는데 부담이 별로 없었다. 요새 학교 앞 아이들 뽑기 기계도 3천원씩 하지 않냐"라며 "다행히 구매한 제품이 정상 작동해 만족하며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물가 시대 초가성비 트렌드를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중국발 이커머스가 파고들고 있다. 온라인 상품 구매의 최우선 고려 조건인 가격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486만명으로 전년보다 86.3% 증가했다. 종합몰 앱 기준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어 4위다. 특히, 20세 미만부터 60세 이상까지 사용하는 종합몰 앱 5위 안에 안착했다. 테무도 출시 첫 해인 올해 사용자 210만명을 확보하며 종합몰 앱 부문 9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제품에 따라 붙는 '불신'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대폭 늘어나는 핵심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알리의 경우 각종 공산품을 천원마트, 선착순 50% 할인 혜택 등으로 국내에서 사는 것과 비교가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무료배송·반품 혜택 등 공격적 마케팅까지 더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이고, 중국에서 물건을 떼오거나 위탁생산을 맡기는 국내 판매자들과 비교해도 중국 셀러들이 구매해 판매하는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보니 단가 경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중국산이니까 외면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배송이 느리고,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단점도 '저렴한 가격'이 이겨내고 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너무 싸니까 또 방문하게 되고, 구매한 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리자는 식의 소비 방식이 확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알리의 공습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실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먹고, 마시고, 피부에 닿는 먹거리·생필품 영역까지는 중국산 제품이 침투하지 못한 탓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들이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이커머스에 실질적인 매출 타격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저렴하게 중국산 제품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새로 열려 주목받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알리가 국내 브랜드 전문관인 'K-베뉴'를 확장하며 LG생활건강, 애경산업, 한국P&G, 쿠쿠 등 국내 주요 생활용품 기업들을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시키고 있고, 올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열어 배송 약점도 보완할 방침을 세우며,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더 커져가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짝퉁 이슈, 품질 이슈, 배송 지연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당장 국내 업계 고객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용자 수 증가만으로도 무시할 수는 없고, 초저가로 끌어들인 고객을 생필품 구매로 유도하는 등 추가적인 공격적 투자로 시장 침투율을 높일지 모르기에 경계대상 1호인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