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은 다소 '루즈'하다. 정규리그만큼의 진검 승부와 긴장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끔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KBL 스타들의 방향 설정은 명확했다. 승부의 무게를 내려놓고 농구 팬과 유쾌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올스타전 무대에 섰다.
3쿼터까지는 그랬다.
올해 올스타전은 예매 개시 3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중석 입장 혹은 상품 구매를 위해 대기하는 팬들의 행렬이 소노 아레나 1층 로비를 가득 채웠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올스타전 본 경기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핵심 키워드는 '라이벌(rival)'이었다.
올스타 팀은 크블몽 팀의 김주성 감독과 공아지 팀의 조상현 감독이 드래프트를 통해 구성했다. 따라서 소속팀이 같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라이벌로 만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부산 KCC의 쌍두마차 최준용과 허웅이 대표적이었다.
공아지의 리더 최준용은 시종일관 장난스러웠다. 코트에서 크블몽의 간판 허웅과 만날 때마다 둘은 프로레슬링 수준의 몸싸움을 펼쳤다. 심판진은 그들의 의도를 알기에 그들의 몸싸움을 외면했다. 팬들은 즐거워 했다.
최준용은 놀 줄 아는 선수였다. 경기 도중 크블몽의 이관희와 공아지의 '큰' 이정현이 매치업으로 만나자 이정현에게 공을 넘기고 나머지 선수들에게 밖으로 빠질 것을 명령했다.
이정현과 이관희는 KBL의 대표적인 라이벌. 이정현은 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1대1 공격을 펼쳤고 이관희를 상대로 골밑 득점 및 추가 자유투를 성공시켜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자 크블몽은 이관희의 복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아지는 이관희가 공을 잡자마자 선수 5명이 모두 달려드는 극단적인 도움 수비로 상대 의도를 차단했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초반부터 진지했던 이관희의 자세는 올스타전을 유쾌하게 빛냈다. 이관희는 3쿼터 특별 선수로 참가한 공아지의 조상현 감독을 진지하게 상대했다. 창원 LG의 간판 선수와 사령탑의 특별한 만남이었다. 이관희는 소속팀 감독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다. 그러자 조상현 감독은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이관희의 뒷통수를 쳤다. 둘은 치열하게 싸웠다. 유쾌했다.
공아지의 빅맨 김종규는 소속팀 사령탑인 김주성 감독을 상대했다. 김주성은 현역 시절 한국 농구의 간판 빅맨으로 활약했던 레전드. 김종규를 상대로 풋백 득점을 기록했고 그의 돌파를 여러 차례 막아내며 관중의 함성을 자아냈다.
허일영과 대릴 먼로의 깜짝 라이벌전도 펼쳐졌다.
둘은 2쿼터 시작과 함께 약 1분 동안 심판 역할을 맡았다. 둘은 시도 때도 없이 휘슬을 불었고 자신이 속한 팀을 위한 편파 판정이 대부분이었다. 허일영이 상대 팀의 주장 최준용에 테크니컬 파울을 주자 먼로가 곧바로 김주성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하는 방식이었다. 양팀 벤치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4쿼터 들어 경기 내내 끌려가던 크블몽이 반격을 시작하자 경기 양상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은 높아졌고 득점 루트를 만들기 위해 2대2 공격이 적극적으로 펼쳐졌다. 김주성 감독은 공아지가 몰래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하려고 하자 코트에 나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최준용은 종료 3분 전 골밑슛을 시도하는 소속팀 동료 허웅에게 달려들어 블록슛을 해냈다. 이후 최준용과 SK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워니가 폭발해 공아지의 화력을 책임졌다. 그러나 크블몽은 종료 7.3초 전 이관희가 자유투 3개를 모두 넣어 118-118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BL 올스타전 사상 세 번째 연장전이다.
연장전 승부는 더욱 치열했다. 특히 이관희와 최준용은 화려한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코트 분위기를 달궜다. 결국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폭발한 워니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결국 공아지는 크블몽을 135-128로 누르고 올스타전 승리의 영예를 차지했다. 승리 팀에게는 300만원, 패배 팀에게는 1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워니는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51득점을 퍼부었다. 연장전 팀의 17점 중 11점을 혼자 책임졌다. 그의 옛 동료였던 최준용은 19득점 14어시스트 13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