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침묵' 속 민주당 '총선 시계' 늦게 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피습 당한지 8일 만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퇴원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재명 대표가 자택 치료에 들어간 사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떠나는 등 분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제3지대로 나온 신당 세력들도 중도층 포섭에 적극적이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안팎에선 당이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각 정파가 4·10 총선을 향해 잰걸음으로 나아가는 사이 야권의 주류 세력은 여론의 주목에서 멀어지는 조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층이 늘어난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구태의연한 인물들이 검증을 통과하고 있는 등 혁신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당 분열에 이재명 '침묵'…신당·국민의힘은 '중도층' 공략

이 대표는 지난 10일 퇴원해 자택 치료에 들어간 이후 당내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퇴원 후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10일), 공천관리위원회 인삿말로 "혁신과 통합 공천으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12일)는 메시지를 냈지만 당내 현안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을 이탈해 신당을 만드는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새로운미래(가칭)'를 만들었다. 새로운미래는 오는 16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당내 비명계 모임이었던 '원칙과상식'도 탈당 후 '미래대연합(가칭)'을 만들어 제3지대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내 뜻 맞는 현역 의원들을 포섭해 세를 불리겠다는 전략이다. 원외 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지면서 당의 원심력이 강해지는 모양새지만 이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양당 기득권을 깨겠다'는 기치를 내건 신당들은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대연합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대 양당이 서로 혐오정치를 하면서 민생은 버려두고 있다"며 "신당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민생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총선을 앞두고 중원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신년 맞이 전국 순회 인사를 돌며 지역 표심을 끌어내고 있다. 대전과 대구·경북, 광주, 충북, 경기, 강원 등 텃밭과 함께 민주당 강세 지역도 훑었다. 한 위원장은 지역을 돌며 '산업은행 부지 이전', '지역별 격차 해소', '금고형 이상 의원 세비 반납' 등 사실상 선거 공약을 발표하며 일찌감치 '총선 모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앞서 회의장 밖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올드보이 출마·사법리스크' 외면…피습 수사 의혹 제기에 '매진'

반면 민주당은 아직 총선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잇따른 '올드보이'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 중도층 표심과 혁신 이미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지난해 11월부터 9차례에 걸쳐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올드보이' 출마 자제 등 주요 안건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총선기획단에서는 '올드보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의견 정도의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1일 당 총선 후보 검증에서는 '올드보이'들이 잇달아 검증을 통과했다. 정동영 의원은 전북 전주병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상당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중구성동갑에서 후보 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법리스크에 걸린 후보들도 줄줄이 검증을 통과했다. 문재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검증을 통과했다. 21대 총선에서 '미투 의혹'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정봉주 전 의원도 이번에 적격 판정을 받았다.

검증위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검증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사법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을 고려해 사법 관련 기준에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도 인천 계양을에 심사를 신청해 적격 판정을 받았다.

반대로 당은 '집토끼' 지키기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경찰의 이 대표 피습 수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도 치지 않았고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간 직후 서둘러 물청소로 현장 핏자국을 지웠다. 증거 인멸 아닌가"라며 "배후가 있는지 없는지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란다"고 재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피습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과도한 음모론과 잇단 특검·국정조사 주장은 피로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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