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민중의 열망 담아낸 정치인…'길위에 김대중'은 운명"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목포 제일가는 청년사업가였던 김대중은 탄탄대로에서 벗어나 '정치인'의 길로 발길을 옮겼다. 대가는 혹독했다.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 망명, 가택연금 등 정치인 김대중의 길은 파란곡절(생활이나 일의 진행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과 변화)의 길이었다.
 
그런 그를 살린 것도, 일으킨 것도,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나아가게 한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민중'이 있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인 김대중의 결심은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열망과 만나 '길위에 김대중'으로 나아가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을 떼고 정착시킨 김대중 대통령, 그의 민주주의를 향한 필사의 발걸음과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을 기록한 작품이다. '길위에 김대중'이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그 파란만장하고 운명 같았던 이야기를,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제작자 시네마6411 최낙용 대표와 민환기 감독을 만나 들어봤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길위에 김대중'의 시작은 '엔딩'에서 찾을 수 있다

 
'길위에 김대중'의 기획은 지난 2013년 김대중추모사업회가 기획해 당시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었던 이희호 여사의 허락을 받아 시작됐다. 이후 2019년 최낙용 대표의 시네마6411과 명필름이 의기투합해 본격적으로 '길위에 김대중' 제작에 돌입했다.
 
최초 기획부터 제작을 거쳐 개봉까지를 두고 최낙용 대표는 "우연과 여러 가지가 겹쳤겠지만, 100주년에 영화가 만들어지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노회찬6411'을 통해 민환기 감독과 함께했던 만큼, 그의 연출력 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작업도 같이하게 됐다.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다루는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민 감독은 고민을 거듭했고, 그 결과는 납치와 살해 위협, 가택연금 등을 겪은 김 대통령이 16년 만에 광주로 향한 영화의 엔딩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게 만들었던 사람, 즉 '민중'에게서 답을 찾은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민 감독은 "당신들이 지지했고 당신들이 옳다고 믿었던 사람이 틀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였다"고 했다. 영화의 마지막, 광주 시민에 둘러싸인 채 울음을 터트리며 다시 한 발 나아간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으로 마무리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민 감독은 "김대중이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것, 그게 (연출) 동력이었다"며 "그걸 알아본 사람들에게 제대로 봤고, 김대중 대통령을 지키려고 했던 게 대단했던 일이라는 것 역시 말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민중'은 앞으로 나아가게 한 '힘'이었고, 그 힘이 '정치인 김대중'을 만들었다. 이 같은 동력은 우리가 몰랐던 '정치인 김대중'의 진짜 면모를 마주하게 했다.
 
최 대표가 왜 민 감독을 연출자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민 감독은 인물이든 작품을 접할 때 자기 검열을 많이 한다. 자기 동력이 확실하고, 해석 등도 탁월하다"며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우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사진 왼쪽)과 시네마6411 최낙용 대표.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1700시간 속 '정치인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을 관통한다. 특히나 정치인 김대중의 삶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파란만장' '산전수전' 등의 단어를 떠올릴 정도로 납치, 살해 위협, 투옥, 사형선고 등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러한 방대한 삶을 기록한 영상 자료만 1700시간 분량에 이른다. 민 감독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국내외 발행 서적을 다 살펴봤다. 이 어마어마한 자료 속에는 '투사 김대중' '사상가 김대중' 등 여러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있었지만, 민 감독은 '길위에 김대중'이 보여주고자 한 '정치인 김대중'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선별했다.
 
민 감독은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정치인'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고, 또 그분의 일생을 일관되게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영화에는 1964년 한일협정 반대투쟁, 1969년 3선 개헌 등 굵직한 정책 사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취했던 소신이 드러난다.
 
최낙용 대표는 "사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 대부분이 반대하는 정책을 정치인 한 명이 소신 있게 실익을 갖자는 쪽으로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오해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쉽지 않은 선택을 한다. 투사로서의 선택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한 선택인데, 그의 선택을 보면 '일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역시 "민중의 열망들을 '정치인'으로서 담아내는 게 그분의 소명이었다. 열망을 담아 정치를 하는 거지, 훌륭한 사람으로 기록되는 게 그분의 일이 아니었던 거 같다"며 "이러한 면에서 훌륭한 정치인이었고, 자기 일을 잘하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아카이브.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길위에 김대중'을 위해 마음을 모은 사람들

 
'길위에 김대중'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대형 스크린 환경에 맞춰 영상 등 자료 복원에도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최 대표는 "다 전문가의 손길이 들어간 화면 복원"이라며 "컴퓨터그래픽 회사에서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 분량을 다 해주겠다고 해서 다 손 봐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민 감독은 "연출부 친구들이 다 20대인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말 자기 일처럼 했다"고 연출부의 노고를 강조하며 "그게 나한테는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최낙용 대표도 "정말 적극적으로 했다. 다들 이 프로젝트에 주인으로 참여했다는 게 큰 감동이었다"고 했다.
 
'길위에 김대중'이 정통 다큐멘터리와 달리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드러낸 부분은 '음악'이다. 영화 속 음악은 우여곡절 많은 정치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좀 더 리듬감과 긴장감을 갖고 몰입하게 만든다.

민 감독은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고, 재즈도 나온다. 그래서 주변에서 불경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작곡가가 되게 잘해줬고, 관객들도 좋아하시는 분이 꽤 많다"고 미소 지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김대중 석방하라' 플레카드를 들고 있다.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 제공
​'길위에 김대중' 속 배우 장현성의 내레이션 역시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끌어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명필름 이은 대표의 추천으로 알게 된 장현성의 목소리는 감독 역시 원하던 목소리였다. 민 감독은 "경험이 꽤 있으셔서 그런지 내가 따로 요구할 게 없었다. 완급조절을 굉장히 잘하셨다. 정말, 장현성 배우가 알아서 잘하셨다"며 웃었다.
 
최 대표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내레이터를 쓴다는 건 굉장히 큰 결정"이라며 "장현성 배우가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좀 더 많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면 장현성 배우 덕분"이라고 말했다.
 
좋은 영화, 관객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 영화는 극장을 넘어 이야기되고 확장된다. 관객이 영화를 완성하는 순간이다.
 
"영화를 본 후 1987년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자연스럽게 생기길 바라고, 영화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태어나니까 있던 공기나 물이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많은 분의 죽음과 희생, 정말로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수많은 사람의 열망으로 이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_최낙용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만든 사람들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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