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 구멍 여객기' 피해 승객들, 보잉 상대 '집단소송'

조사관이 비행 중 뜯겨나간 알래스카 항공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의 도어 플러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행 도중 '도어 플러그(door plug)'가 통째로 뜯겨나가 비상착륙했던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일부 승객들이 제조사 보잉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승객 6명과 가족 1명은 이번 사고로 "뇌진탕, 타박상, 호흡곤란, 귀 출혈 등 신체적 부상은 물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며 보잉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5일 171명의 승객과 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이륙해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여객기는 이륙 직후 '갑자기 시끄러운 폭발음'과 함께 '도어 플러그'가 떨어져 나갔다.
 
소장에 따르면, 이 사고로 동체 내에 급속한 감압이 이뤄져 '도어 플러그'가 뜯겨져나간 창가쪽에 앉았던 한 소년은 입었던 셔츠가 찢어지고 휴대전화가 비행기 밖으로 빨려 나가기도 했다.
 
한 승객은 동체 구멍이 냉장고 만큼이나 넓었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는 다행히 안전하게 비상착륙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이 신체적 부상을 입었고 탑승자 전원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소장에 적시됐다. 
 
원고 한명은 동체 일부가 터지면서 머리가 흔들려 뇌진탕을 일으켰고, 급속한 압력 변화로 인해 두통은 물론 귀에서 피가 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소장에는 수많은 산소마스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들어갔다.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측은 "앞서 보잉이 해당 사고를 자사 실수로 인정하는 것을 보고 집단소송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데이브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시애틀 인근 공장에서 전 사원 참석 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접근해, 앞으로 모든 항공기의 실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사고 나흘만에 책임을 인정했다.
 
최근 비행 중 동체에 생긴 구멍 때문에 비상 착륙한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9 여객기. 연합뉴스

이번 집단소송에서 사고 여객기를 운항한 알래스카 항공은 피고로 지목하지 않았다.
 
알래스카 항공 측은 탑승객들에게 사과하고 항공료를 전액 환불했으며 '불편사항' 해결을 돕기 위해 1명당 1,500달러(약 200만원)를 제공한 바 있다. 
 
사고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한 각국 항공당국은 자국 내 동일 기종 항공기 171대의 운항을 중단시키고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 70여대를 운영하고 있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자체 조사 결과, 같은 기종 여러 대에서 '도어 플러그'의 나사(볼트)가 헐겁게 조여진 걸 확인했다"며 이번 사고 원인이 항공기 제작사의 과실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보잉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737 맥스8 여객기가 잇따라 추락해 20개월간 해당 기종의 운항이 금지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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