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미국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을 두고 외교부는 "객관적인 확인 절차 없이 자막을 조작했다"며 환영한 반면, MBC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MBC는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장을 떠나면서 윤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해 "국회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은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같은 해 12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정정 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게 하고, 낭독하는 동안 정정 보도의 제목과 본문을 통상의 프로그램 자막과 같은 글자체 및 크기로 계속 표시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어 "피고가 제1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만 원의 비율로 배정한 돈을 지급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발언한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당시에는 야당이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상당한 증액'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만약 야당이 1억 달러 기여에 대한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발언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사건 발언은 풀 기자단의 카메라에 우연히 촬영된 것이고, 피고 소속 기자들 중 이 사건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사람은 없었다"며 "반면 이 사건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박진 장관의 답변이 이 사건 발언의 배경, 전후 맥락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2022년 9월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제가 대통령 옆에 지나가면서 이해한 이 사건 발언의 취지는, 우리가 세계 질병 퇴치를 위해서 공여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그것이 제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창피한 것 아니냐 이런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저는 나가면서 대통령께 제가 잘 설명해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재판 직후 외교부는 "법원의 정밀 음성 감정 결과로도 대통령이 MBC의 보도 내용과 같이 발언한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해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MBC는 "외교부는 재판 과정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외교부의 이번 소송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언에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