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식용 금지' 시대적 흐름은 알지만…어떻게 살라고"

모란시장. 연합뉴스

개식용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에서 개 식용이 금지된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유통할 경우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전통적 식문화', '취향의 다양성'을 이유로 반발도 있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반기는 목소리가 컸다.  문제는 생업을 잃게 된 사람들이다.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만…이 나이에 뭘 새로 해야 하나"

법이 통과된 다음날(10일) 찾은 모란시장. 과거 보신탕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분주했던 모습과 달리 거리는 한산했다.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는 가게들. 대부분 간판에는 보신탕 대신 염소탕 혹은 탕이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다.
 
서늘한 날씨 속 가게 밖에 한 자리를 크게 차지한 솥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2년째 보신탕을 팔아온 이강춘(69)씨. 개식용금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뉴스를 본 순간 한동안 넋을 놓고 TV만 바라봤다. 개식용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것을 예상했지만 밀려오는 막막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민단체의 피켓 시위, 퍼포먼스, 공무원들의 단속 등 많은 반발에 항의하며 버텨온 지난 세월이 스쳐가면서 이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너무 힘든 일이 많았어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알죠. 나도 사람인데…그 사람들 배척하려고 하는 것도 힘들었고, 그런데 우리는 또 이게 업이니까…."
 
이 씨는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3년 동안이라는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애매해요. 빨리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어요. 우리 지금 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고, 뭐를 새로하기도 쉽지 않은데… 생계 유지 될 수 있도록,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충분한 지원책이 정말 필요합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농가는 1150여개, 도축 업체는 34개, 유통 업체는 219개, 식당은 1600여개다. 특별법에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 사육 농장주,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주 등이 전업했거나 폐업한 경우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 등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정부와 업계 간 간극이 커 보상 규모나 액수를 놓고는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모란시장. 연합뉴스

논쟁 종지부 '환영' vs '먹을 자유, 취향 무시'

시민들은 대체로 법 통과를 반기는 분위기다.  20대 여성 A씨는 "지금은 먹을 게 많은 시대에 굳이 개까지 먹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법 통과를 환영했다. 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 B씨는 "요새 반려견으로 강아지 많이 키우는데,  법이 통과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여성 C씨는 "어떻게 보면 선호하는 식품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개인 취향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돼지고기, 소고기도 똑같은데, 왜 개에 대해서만 이렇게 하는 건지 납득이 안된다"며 법 통과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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