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영건설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즉 워크아웃을 통한 금융지원은 바라면서 자체 정상화 노력은 부족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태영그룹이 오늘 추가 자구 약속을 내놨습니다.
그룹 오너 일가가 지배한 티와이홀딩스와 그 핵심 계열사 SBS 지분도 필요 시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건데요. 채권단이 긍정 평가를 내놓으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금융팀 박성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채권단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을 이틀 남겨둔 오늘, 그야말로 긴박한 상황에서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 약속이 나왔네요. 그만큼 채권단 설득이 절실했다는 의미일텐데, 새 자구 약속의 구체 내용 설명해주시죠.
[기자]
채권단과의 물밑 협의 끝에 나온 태영그룹의 태영건설 추가 자구 약속은 윤세영 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진 뒤 약 3개월 동안 기업 개선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태영건설 운영 자금 부족 상황이 생기면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그 핵심 계열사 SBS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겁니다. 윤 창업회장의 이 같은 의지 표명,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채권단 여러분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만약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습니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필두로 하는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통한 금융 지원을 위해선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태영건설 경영 실패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오너 일가가 지배한 지주사와, 이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 지분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지를 이번에 표한 것인 만큼, 태영그룹이 이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당장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금이 부족할 경우'라는 전제가 달렸어요.
[기자]
맞습니다. 채권단은 만약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오는 4월 관련 계획 수립 예정일까지는 절차상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렵고, 공사 대금 등 상거래채권 상환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태영그룹에 태영건설 운영자금을 충분히, 자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해왔는데요.
이에 따라 태영그룹은 오늘 발표한 새 약속 이전에 이미 채권단과 네 가지 자구 약속을 해놨습니다. 블루원, 에코비트, 평택싸이로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이었죠. 일단 태영그룹은 이 약속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오늘 다시 한 번 확약했습니다. 이 기존 약속을 이행하는 것 만으로도 운영 자금이 확보될 것이고, 만약 그것 만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지주사와 SBS 지분을, 필요 시에는 이 지분 전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게 태영그룹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가 미미하다는 논란도 있었는데, 채권단에선 이번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 약속을 사실상의 사재 출연 약속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앵커]
태영그룹이 자구 노력에 소홀하다는 논란이 최근까지 내내 이어졌잖아요. 그러다가 상황이 빠르게 바뀐 것 같은데, 왜 그런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채권단과 정부는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바라면서도 정작 자구 약속 이행엔 소홀한 이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해왔죠. 태영그룹의 행보를 두고 '자기 뼈 대신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고강도 비판도 당국에서 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태영그룹이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채권단과의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온전히 투입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런 비판의 주요 근거가 됐어요. 이 매각 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게 기존 약속이었는데, 이 가운데 890억 원이 태영건설이 아니라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상환에 쓰이면서 결국 오너 일가 재산 지키기 아니냐는 논란이 번졌는데요.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연대 채무를 갚은 것이라 문제없다는 논리로 버텼지만, 대통령실까지 나서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천 곳이 넘는 태영건설 협력사와 여러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태영그룹은 논란이 됐던 890억 원도 어제 뒤늦게나마 태영건설에 지원 완료했습니다.
[앵커]
어제와 오늘 사이 태도가 급변한 것이군요. 태영그룹의 어제 오늘 행보에 대한 채권단 반응도 나왔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늘 '태영그룹 자구계획 발표에 대한 채권자 입장문'을 내고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은은 890억 원 논란이 해결된 점, 지주사와 SBS 지분 담보 제공 의지가 표명된 점을 언급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 의지를 강하게 의심했던 채권단 측의 기류가 반전된 건데요. 이에 따라 모레로 예정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 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며, 채권자별 의결권은 신고 완료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부여됩니다.
만약 워크아웃이 불발돼 태영건설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이 건설사가 빌린 돈 가운데 80%는 돌려주지 못해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는데, 아직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시장 긴장은 전에 비해 다소 완화되는 기류 입니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에서 CBS뉴스 박성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