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의고사·수능 영어 '판박이 지문', 'EBS 수능 교재' 초안에도 실려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형 입시업체의 모의고사 문제와 '판박이' 논란을 빚었던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지문이 'EBS 수능 교재' 초안에도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2022년 9월 출간된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2023년 1월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특강 교재' 초안에 들어간 경위 등을 감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문은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2020년 출간한 저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는데, 이 책은 당시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았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수능 출제 직후 입시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2022년 9월에 출간한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의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 관련 이의제기 사안은 문항 및 정답 오류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어 23번 문항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하고 있지만, 지문의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똑같은 지문이 EBS 수능 교재 초안에도 실린 것이다. EBS 수능 교재의 감수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담당하는데, 평가원이 수능에 나왔던 지문임을 확인하고 2023년 1월 발간한 최종본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수능 특강 교재 최종본에서는 제외됐지만, 유사한 영어 지문이 사설 모의고사와 수능, EBS 교재 초안에 모두 겹치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에는 석연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지문으로 모의고사를 만든 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사들인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일타 강사와 문항거래를 해 수사의뢰된 현직 교사 4명은 2023학년도 수능이나 수능 모의평가 출제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시도교육청 주관 연합학력평가 출제나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 따르면, EBS 수능 특강은 보통 1년 전부터 집필이 시작돼 10차례 가량 감수 과정을 거치는 만큼, 9월에는 거의 완성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EBS 수능 특강 초안이 일타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교육부는 현재 이들 현직 교사 4명이 EBS 교재 출제진에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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