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3시간여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윤 부장판사는 "주거와 직업, 가족 관계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으로 미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참고인에게 회유와 압력을 행사해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전교도소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귀가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하는 등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며 이들과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을 포함한 문 정부 인사 22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유출이 후임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계속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전임 정책실장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검찰의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지적과 함께 전 정권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