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당초 전체회의는 3일 열렸어야 했지만 여권 위원 4인이 갑작스럽게 불참하면서 4대 3 여권 우위 상황으로 회의는 무산·연기됐다.
8일 안건 역시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전면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한 류 위원장의 법적 대응을 비롯해 진상 규명, 방심위 신뢰 회복 및 사무처 안정화 방안 마련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러나 개회하자마자 류 위원장은 청부 사주와 관련된 세 안건에 대해 "방심위 기본 규칙을 보면 민원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또 현재 내부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공정한 업무 수행이 이뤄져야 함에 따라 비공개 하겠다"고 단독 결정했다.
이에 야권 위원들은 "회의 원칙은 공개인데 사전에 비공개 된 안건도 아니다. 그러면 통상처럼 안건 논의 직전에 공개 여부를 묻고 진행해야 되는 것인데 이렇게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위원장 단독으로 비공개와 공개를 결정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왜 우리가 별도의 공간에서 논의해야 하느냐"고 반발했고, 회의는 정회됐다.
다시 이어진 회의에서도 류 위원장과 야권 위원들은 고성과 함께 팽팽히 대치했다. 야권 위원들은 류 위원장이 해당 안건들의 '당사자'인 점을 들어 "위원장은 당사자이면 이 안건을 회피해야 하는데 대체 어떤 권한으로 공개 여부를 주도해서 판단하고 있느냐. 여야 구도가 4대 3이라 비공개 결정이 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위원장은 표결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공개 논의 자체가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류 위원장은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감사 및 수사 중인 이상, 해당 사안을 제가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청부 민원' 의혹의 핵심이 민원인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이라는 주장 및 비공개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야권 위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류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류 위원장은 야권 추천 위원인 옥시찬 위원의 말을 끊으려 시도했다가 되지 않자 "정회하겠다"며 또 다시 자리를 떴다.
회의록에 남지 않지만 야권 위원들은 한 동안 자리에 남아 류 위원장의 대응을 반박하고, 사퇴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일단 류 위원장이 청부 사주 의혹 공익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고발한데 대해서는 △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이 적용되어도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된다는 점, △ 2018년 허위민원을 했다가 파면이 인정된 방심위 직원 관련 판결문에서도 수집된 민원 개인정보가 위법한 증거가 아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비정상적인 '허위 민원'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방심위 공정성과 공공성을 가장 강하게 수호해야 하는 위원장의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순수한 민원일 때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해당되는 것"이라며 "허위 민원에 근거해 방심위의 공정한 심의와 객관적 심의절차를 방해했다면 업무방해, 명예훼손, 품위손상이 적용된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직무 관련 부정한 수단으로 특정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면 방심위 내규를 위반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조차도 다 위반하고 있다. 사퇴, 해촉의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강조했다.
한 주 뒤로 미뤄졌다 열린 회의였지만 류 위원장과 야권 위원들 간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향후에도 방심위 차원의 류 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관련 진상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심위 전체회의는 2주 뒤에 속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