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부에도…'이재명 이송' 정쟁화한 부산 국힘 의원들

부산 국힘 의원들, "李 이송은 민주당의 부산 홀대·위선"
한동훈 "제 피습처럼 생각해 달라" 당부와는 거리 먼 행보

2일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송하는 앰뷸런스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부산에서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로 이송한 결정을 두고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산 홀대'로 규정짓고 공세에 나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내린 '정쟁 자제령'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7일 부산지역 국회의원 14명 명의로 "민주당의 부산 홀대와 위선에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위중했다면 응급의료체계에 따라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 이송을 "민주당의 '부산 홀대'와 '내로남불' 행태"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지방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수도권 우월주의"라거나, "의료기관을 자의적으로 서열화하고 수도권 중심주의를 여실히 확인시켜 줬다"는 등 맹비난을 펼쳤다.
 
나아가 "민주당은 겉으로 지방균형발전을 말하면서 속으로는 공고한 수도권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부산은 재미없다' 발언으로 지역 비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런 '부산 홀대'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마저 막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는 식으로 공세를 펼쳤다.
 
이 성명에는 전봉민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을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 등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역 의사회와 일부 언론이 연일 불을 지핀 '이송 논쟁'을 정치권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이송 논쟁이 불러올 수 있는 지역민들의 '소외감'을 자극해, 엑스포 유치 실패로 정부 여당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지역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피습 사건'을 정치 공세에 활용하는 모습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당부한 '자제령'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당일인 2일 "이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며, 수사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모를 밝히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영이나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힘이라는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의 이 발언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하며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당부가 무색하게도 사흘 뒤인 지난 5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부대변인 명의로 "민주당에 부산과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당부한다"는 논평을 내며 '이송 논쟁'을 부채질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낸 상태다.
 
한동훈 위원장은 오는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취임 이후 첫 부산 방문에 나선다. 방문 이튿날 열리는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는 부산지역 국회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또는 '이송 논쟁'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언급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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