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최후통첩' 시한인 지난 주말에도 추가 자체 정상화 방안(자구안)을 내놓지 못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1차 채권자협의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함께 7일 밤 늦게까지 기존에 제시된 자구안 이행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끝에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급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금융당국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설정한 7일까지도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았다.
태영그룹은 지난달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890억원은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를 변제하는데 사용해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티와이홀딩스에 지원한 금액도 크게 보면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이라며 이미 약속을 이행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890억원을 합한 1549억원이 온전히 태영건설에 지원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이 7일 밤 늦게 채권단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을 8일 오전까지 완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B'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나리오까지 준비하자 한발 물러선 셈이다.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인 윤재연씨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확보한 513억원을 직접 출연방식이 아닌 윤 창업회장 측에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납입 대금 마련을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약속 890억원 투입해 급한 불 끄자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 시한이 11일인데 당일에 (태영그룹이) 이러 저러한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해달라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산업은행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이전에 제시돼야 산은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며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사실상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 많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7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도 나서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금융위원회 등 기본적인 정부 입장과 마찬가지의 원칙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영그룹 입장에서는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등 정부까지 나서 전방위 공세를 펼치자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개시까진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
태영그룹이 일단 한 발 물러서면서 당장의 파국은 피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계속 요구해 온 추가 자구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해도 정상화를 위해선 수천억원의 유동성이 필요한 만큼, 경영 판단을 잘못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BS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오너 일가가 지주사와 SBS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태영건설 부도까지 감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오는 11일까지 단 3일 동안 오너 일가 사재 출연과 유동성 확보 등 추가 자구안이 나올 지가 핵심이다.
워크아웃 시계 째깍째깍…당국 부동산PF 점검회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태영그룹이 약속한 기존 자구책 확약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태영그룹이 내놓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일시적 채무 상환유예 등으로 도산을 면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기업 활동이 정지돼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등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날 F4 회의와 별도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금융지주 PF 담당 임원들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부동산 PF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향후 건설업계 구조조정으로 부동산 PF 부실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인데, 이 자리에서도 태영건설의 자구안 이행에 대한 현황 공유와 채권단 평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