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북한에서 애국가에 못지않게 널리 불리는 체제선전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이다. 김일성 시대인 1961년에 발표됐다. 북한이라는 큰 가정에서 김일성이 아버지이고 주민들 모두는 친형제여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가사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노래 가사 일부가 바뀌어 불렸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열린 신년경축공연에서이다. 노래 가사 중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 원수님'이 '우리의 아버진 김정은 원수님'으로 불린 것이다. 지금 '아버지'는 '김정은 원수님'이라는 메시지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아버지' 또는 '아버지 원수님'으로 부르는 대상은 지난 2022년 말 어린이에서 청년층으로 확대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로 만 40세가 되지만, 그를 '아버지' '어버이'로 부르는 연령층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아버지 원수님', '어버이 수령님' 등의 호칭이 등장한 것은 김일성 시대인 1960년대에 들어서이다. 처음에는 주로 고아들이나 어린이들이 김일성을 '아버지', '어버이'로 부르다가 1967년을 계기로 김일성의 권력이 절대화되면서 전체 인민들의 '어버이 수령님', '아버지 원수님'으로 등극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호칭에 있어서는 이 같은 김일성의 과거 경로를 따라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와 올해의 새해 첫날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소년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이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자애로운 어버이, 아버지'와 같은 수사가 넘쳐났고, 김 위원장도 소년소녀와 학생들의 볼을 만지거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등 적극적인 애정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여전히 북한의 아동·청년 세대이다. 그러나 연령층이 점차 높아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2년 8월 11일 노동신문은 한 밤중 갑작스런 진통으로 쓰러진 산모의 출산 일화를 전한 적이 있는데 도움을 받은 가족들이 '아버지 원수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아버지 원수님'이 꼭 아동과 청년들만이 부르는 호칭은 아닌 것이다.
지난해 말 북한의 5차 전국어머니대회 보도에서 김 위원장을 '700만 어머니들의 자애로운 어버이'라고 표현한 것도 연령층을 점차 올리는 경향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연말 경축공연을 관람하다가 올해로 11세가 되는 딸 주애의 볼에 입맞춤을 하면서 적극 애정을 표현하고, 또 조선중앙TV가 이 장면을 공개한 것은 그녀의 후계자 지정 여부와는 별도로 김 위원장을 북한 주민 전체의 아버지로 상징화해나가려는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에서 '어버이 수령님'은 여전히 김일성에 대한 호칭이다. 그러나 김정은에 대해서도 "혁명의 걸출한 수령이시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노동신문 2021년 10월 22일자)처럼 '어버이'와 '수령'을 함께 언급한 표현이 쓰인 적도 있다.
따라서 김일성처럼 '김정은 어버이 수령님'이라는 표현이 앞으로 등장해 관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북한 전체 인민들의 '아버지', '어버이'로 등극하는 것은 곧 권력의 절대화이자 우상화의 정점이다.
북한은 지난 연말전원회의에서 "현 시기 당의 영도적 기능을 강화하기위한 일련의 조치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했으나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2024년은 김정은 출생 40주년이 되는 해이고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예정된 해"라면서, "김정은 우상화와 국가주권기관 집행력 강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현 한반도평화연구원 사무국장은 "김일성이 전체 인민의 아버지로 등극하는 데는 '어버이 수령' 호칭이 등장한 1962년 김일성의 50세 생일 이후 10여년의 기간이 걸렸다"며, "현재 김정은을 아버지로 부르는 아동과 청년세대들이 점차 나이가 들고 성장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자연스럽게 북한이라는 대가정의 아버지, 인민 전체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