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대표 측이 법정에서 진검승부를 가리게 됐다. 검찰은 '조직적 금권선거', '정경유착' 범행이라는 입장이지만, 송 전 대표 측은 '보복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송 전 대표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총 6650만원을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 등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매표(買票)'를 위해 최측근인 박용수 보좌관이 '부외 선거자금'을 총괄하도록 해 경선 캠프 자금 관리 및 집행에 대한 보고·승인 체계를 수립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금품 살포 행위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최대 수혜자"라면서 "경선 캠프에 유입된 거액의 선거자금을 보고받아 인식했고 금품 살포를 최종 승인했다. 결국 당 대표 경선에 0.59%p 차이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송 전 대표가 2020년 1월 이듬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하고 비영리법인이자 공익 사단법인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에 먹사연에 유입된 기부금 10억6천만원 중 7억63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수사팀은 분류했다. 검찰은 이 중에서 송 전 대표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천만원은 소각시설 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재판에서 먹사연으로 흘러간 자금의 성격과 활동 내용, 단체의 성격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 전 대표 측은 먹사연이 공익법인에 불과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먹사연이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을 지원, 보좌하는 외곽조직으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먹사연을 통해 받은 자금에 대해 송 전 대표가 정치자금을 부정 수수한 것으로 법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둘러싼 혐의를 헌법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 선거의 불가매수성 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금권선거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송 전 대표 측은 '보복수사'이자 '별건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선종문 변호사는 지난 4일 검찰이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자 '위법한 검찰권 행사는 정권 파멸의 서곡'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선 변호사는 "송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정치적 보복이자 별건수사로 같은 달 27일 먹사연 후원 기업 사무실과 주거지 등 10여 곳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에 대해 '돈봉투 사건'에서 '먹사연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선 변호사는 또 "송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은 적 없고 언제나 수사에 응할 것이니 주위 사람을 그만 괴롭히라"고 계속해서 밝혔지만, 먹사연 수사에 올인해 강압적 수사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고, 그중 1명은 수사에 압박을 느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송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검찰이 변호인도 모르게 500쪽 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영장 청구에 대한 '실질심사'가 아니라 '형식심사'로 인신 구속에 관한 법과 원칙이 무너졌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100여명을 소환해 입맛에 맞는 진술이 나올 때까지 조서를 꾸미고 있으며, 송 전 대표가 방어권 행사를 위해 참고인 등에 안부 전화 한 통 한 것조차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 사유로 삼았다"며 "헌법상 무기 평등 원칙을 무력화하며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피의자와 참고인의 인권을 침해하며 보복 수사를 감행한 검찰의 허위 주장을 논리적·사실적으로 반박해 법리적으로 무죄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이후 검찰의 5차례에 걸친 소환조사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한 차례 검찰에 출석했지만, 당시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다시는 부르지 말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화된 검찰이 검사의 객관의무를 져버리고 피의자의 억울한 점을 들어줄 자세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