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특례시가 지난해 시의회와 갈등으로 준예산 사태를 맞았을 때도 하지 않았던 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양시는 지난해 12월 15일 고양시의회가 의결한 '2024년도 예산안' 삭감 예산과 '고양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지방차지법 제120조 1항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삭감 예산 10건, 재해·재난 목적예비비 등 재의 요구
고양시는 '2024년 예산안' 삭감 예산에 대한 재의요구 이유로 △지출 예산의 새로운 비용항목 추가 등 예산 편성 관련 법령 위반 및 예산 편성권 침해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법정 의무 수립계획 용역의 삭감을 들었다.
재의요구 대상은 '2024년 예산안' 중 삭감된 세출예산 10건의 293억 6048만원, 의회가 신규 편성한 재해·재난 목적예비비와 내부유보금 예산 2건의 431억 7147만 7천원이다.
당초 시가 제출한 세출예산안에는 일반예비비 260억 2220만원 1천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시의회는 이를 10억원으로 삭감하고 재해·재난목적 예비비 50억원, 내부유보금 381억 7147만 7천원을 편성했다.
일반예비비는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에 의한 필수 예산으로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이내의 금액을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의결된 고양시 일반회계 예산총액은 2조 6514억 72만 4천원으로 법정 예비비 한도액은 265억 1400만 7천원이다.
하지만 시의회가 의결한 일반예비비 10억원은 총액대비 0.0037%, 법정 예비비 한도액 대비 3.7%에 불과해 사실상 전액 삭감한 셈이다.
고양시 "시의회가 시장의 예산 편성 권한 침해" 반발
시는 시의회가 이동환 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지방자치법 제142조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예산편성권, 지방의회에 예산 심의·확정권이 부여돼 있다.
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는 전액 삭감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시의회가 업무추진비 각 항목의 성격과 사업의 특성, 부서 운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액 삭감해 업무추진비 편성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업무추진비는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 행사비용, 업무관련자 접대, 부서운영비 목적 등으로 사용하는 경비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에 관한 규칙' 등에 근거한 기준 경비라고 할 수 있다.
'고양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도 재의 요구
시는 '고양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서도 재의 요구를 했다.
시는 현재 상업지역 내 준주택(오피스텔)이 과다하게 입지하면서 수반되는 도로, 주차장, 학교 등 필수 기반시설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업지역 내 오피스텔의 입지 비율을 변경하기 위한 고양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용도용적제)을 추진했다.
고양시 오피스텔 거주자 비율은 7.9%로 경기도 평균 3.8%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일산동구는 16.1%로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제279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수정 가결돼 재의를 요구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노인·아동 복지시설, 통학 등 주거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용도용적제를 적용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시의회의 과도한 예산삭감으로 시장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이 침해됐다"며 "'고양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용역' 등 개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립해야하는 계획에 대한 용역예산을 삭감해 해당 법 규정 위반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한편, 재의결은 시의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상태에서 출석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