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명' 코앞인데 아직도 "특단 대책" 주문…脫저출산 가능?[정다운의 뉴스톡]


[앵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신입생이 사상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졌다는 소식, 어제(3일) 전해드렸는데요.

설상가상으로 다음달에 발표될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더 하락할 거라고 합니다. 정부에서 최근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과연 반전의 계기가 있을지, 이 문제를 계속 취재해온 사회부 이은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이강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4년 10대 인구 도전과제' 중 발췌

[앵커]
작년에 발표된 합계출산율도 '0.78명'으로 0.8명대(0.81명, 2021년 기준)에서 떨어져서 좀 충격이었는데, 이게 더 떨어집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0.78명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였는데요. 내달 통계청 발표를 앞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2023년 수치인데 0.7명대 초반 또는 0.6명대 후반까지 하락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태어난 것으로 주민 등록된 출생아가 23만 5천여 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게 역대 최저치입니다. 이처럼 나와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면 0.6명대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게재된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 2022년 기준 0.7명대를 기록한 한국의 저출산을 14세기 당시 유럽의 흑사병에 빗대 화제가 됐다. NYT 화면 캡처

[앵커]
개인적으로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데, 한국 상황을 14세기 당시 흑사병에다 비유를 했어요.

[기자]
네, 작년 12월 2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이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을 중세시대 유럽인구 40%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 팬데믹'에 견주면서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은 연구대상이다"라고 썼습니다.

이 글은 또 한 가지 예를 들었는데, 0.7명대 출산율을 유지하는 한국 같은 나라는 한 세대가 200명, 커플 100쌍이 있다고 가정하면 다음 세대는 70명으로 줄어든다는 거예요. 인구를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부부 한 쌍이 최소한 아이 2명은 낳아야 하는데, 한국은 지금 1명도 채 안 낳고 있는 거니까요.

이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유일하고요.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2020년 기준), 우리와 자주 비교되는 일본도 1.3명입니다. 5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연간 100만 이상이 태어나 OECD 상위권(1970년 기준 합계출산율 4.53명)이었는데요, 2002년 연 50만 미만으로 꺾였고 지금은 20만 명대까지 주저앉은 겁니다.

[앵커]
그런데 작년 말쯤에 나온 보도를 보면 그래도 올해는 약간 반등할 기미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본 기억이 나거든요?

[기자]
네, 그게 3주 전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토론회에서 나왔던 홍석철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언인데요. 지난해 혼인건수가 전년 대비 약 2.9% 늘었다(총 19만 7천 건 예상)는 걸 근거로,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0.79명으로 반등할 거라 예측한 겁니다.

혼외출산이 (전체 출산 대비) 2% 남짓인 한국 특성상 대부분의 아이들이 기혼부부에게서 태어나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죠.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제3차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이기일 복지부 1차관(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기자]
네, 다만 많이들 보시듯 아이 없이 사는 이른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점점 느는 추세여서요. 실제로 작년 초혼 신혼부부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이 '맞벌이 무자녀 부부'(28.7%·81만 5357쌍 중 23만 4066쌍)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천정부지 집값이나 사교육비 같은 현실적 이유도 있고,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일종의 '출산 강요'로 느끼는 젊은 세대의 반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어찌 됐든 결혼이 더 이상 출산으로 직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소 섣부른 전망이란 지적입니다.

[앵커]
사실 희망사항에 가까운 말이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접근을 하겠다'는 말도 했잖아요. 조금 기대해볼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저고위 김영미 부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슷한 얘길 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
"저희가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바라는 것은, 8년째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반등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드는 것(..). 그래서 가장 원하는 것은 사실은 지금 (연간) 20만 명대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데요. 이걸 30만 명대까지는 좀 회복시키는 것 그리고 (합계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는 좀 회복시키는 것."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게, 이제 '골든 타임'은 길어야 10년입니다. 통계적으로 연 60만 이상이 태어난 2000년대생이 30대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 이후론 출산율이 올라도 사실상 (부모가 될 세대 자체가 적어) 의미가 없다… .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된 저출산 대책들, 뭐가 있나요?

[기자]
네, 우선 작년에 도입된 '부모급여' 기억하실 겁니다. 영아수당 개념인데, 만 0세 아동 가구는 매달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 아동 가구는 월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지급액이 올랐습니다.

'첫만남이용권' 바우처도 원래 일괄 200만원이었는데, 둘째 이상부터는 300만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이같은 현금성 지원 강화 외에 정부가 강조하는 방향성은 '일·가정 양립'인데요. 일명 '6+6 부모육아휴직제'가 대표적입니다.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쓸 경우, 첫 6개월간은 통상임금 100%, 즉 최대 월 450만원까지 지원하는 게 골자고요. 부부가 휴직하는 반년 동안 최대 390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밖에 돌봄공백 해소를 위한 초등학교 '늘봄학교'의 전면 확대(2학기), 지자체별로 상이했던 난임시술 지원 소득기준 폐지, 신생아 무주택 가구에 대한 특례대출 등도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현재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는 '투 트랙'은 8세까지만 지원되는 아동수당의 확대, 중소기업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육아휴직의 보편화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다시 한 번 김영미 부위원장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영미 부위원장]
"실질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OECD 국가들하고 우리가 많이 비교를 하는데 턱없이 낮다. 그러면 '이 평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가 필요하냐'라고 했을 때 한 10조에서 11조 정도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방향' 특별보고서(2023.10.) 중 발췌

이 금액은 연간 기준이고요. 일단 아이를 낳으면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적지원 강화 취지엔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원이 문제인데, 별도 증세보다는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당장) 확정된 내용도 아닌 거 같고요. 올해 시행되는 제도들도 말씀해주셨는데, 보면 기존 정책을 확대한 수준에 그치는 것 같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인구 전문가는 '찔끔찔끔'이란 표현을 썼는데요. 현행 대책 정도로는 출산율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요.

여러 번 지적됐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는 결정적으로 예산 조정 권한이 없고, 때마다 부처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컨트롤 타워'로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총선 이후엔 인구문제 대응조직을 재정비하고, 안정적 정책 운용기반을 위한 '인구특별회계' 도입을 한 번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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