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와 진보 각 진영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태섭 전 의원이 만든 '새로운 선택'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또한 연대를 모색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이들 '제3 지대'가 총선 구도에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각종 조사에서 무당층이 약 30~40%에 육박한다는 점이 꼽힌다. 그만큼 공고한 양당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추후 이들이 서로 연합해 '슈퍼 빅텐트'를 치는 등 합종연횡에 나설 경우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각 영남권과 호남권을 지역 기반으로 삼으려 해 텃밭에서 거대 양당의 양자구도가 흔들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與, 이준석 측근 그룹 연쇄 탈당…몸집 키우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27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여야의 극단적인 진영 대결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신당의 기치로 내걸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데뷔 첫 일성으로 "586 운동권 특권층 청산"을 언급하며 '여야 대결 정치'를 강조한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곧이어 국민의힘 내 그의 측근 그룹인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도 탈당 러시에 뛰어들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경기도 의원은 29일 탈당했고, 허 의원 역시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은 이르면 1월 중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탈당 이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칭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마쳤다"며 "중앙당 창당대회 정도를 할 것 같은데 빠르면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온라인으로 지지자 연락망을 구축했고, 총선 지역구 출마 희망자도 모집하는 등 실무 작업을 순차적으로 해 온 상황이다. 천 전 위원장은 "다음주부터 시작해서 합류하는 인사들을 차츰차츰 소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6일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외전'에 출연해 "탈당 여부나 신당으로 새로 시작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만 오래 했고, 아직 결심하지 않았다"면서도 "늦지 않게 내 결심을 국민들께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이 '쇄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 공천 컷오프 명단이 발표되는 시점과 유 전 대표의 합류 등이 맞물리면 국민의힘 내 도미노 탈당 러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野, 이낙연 신당 초읽기…금태섭·양향자 보폭↑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30일 이재명 대표와의 전격 회동 소식에 잔류 가능성이 잠깐 언급되기도 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나면서 탈당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후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그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올해 연말까지 이 대표가 사퇴하고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지 않으면 신당을 만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이미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하며 탈당까지 한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멤버들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원심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 '비명 공천 학살'이 현실화할 경우 이낙연 신당이 '이삭줍기'에 나서 세력 확장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당 '새로운 선택'과 '한국의 희망'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최근 '세 번째 권력'이라는 당내 청년 의견그룹과 함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꾸려 온 '새로운 선택' 신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창당대회에도 공동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한국의 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 또한 이들과의 연합 작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또한 진보적 정권교체를 기치로 '개혁연합신당'을 추진 중이다.
제3지대 슈퍼 빅텐트 가능성…시너지 효과 '관건'
아직까진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 진영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지만, '제3지대'에서 수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3 세력의 분출 배경엔 '양당 대결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0%, 더불어민주당 29%, 정의당 5%, 그외 정당 3% 순이었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3.7%다.
이들은 현재 각자 독자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 임박해서는 '양당 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슈퍼 빅텐트'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제가 함께 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금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주도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 또 금태섭·양향자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과 '금요연석회의'를 통해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이낙연 신당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위력이 배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씨앤알'이 인터넷언론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이 창당된다는 가정하에 '내일이 총선 투표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응답률 5.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준석 신당이 10.5%, 이낙연 신당이 9.2%를 각각 기록했다. 두 신당만 합쳐도 지지도가 20%에 육박하는 셈이다.
'슈퍼 빅텐트'를 꾸린다면 지역적으로는 이 전 대표가 수도권과 영남, 양 대표가 호남, 금 대표가 수도권, 이낙연 전 대표가 수도권과 호남에서 각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