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7일 탈당으로 본격적인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선다. 당 대표로서 지난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후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당내 '친(親)윤석열' 계파와 불화를 겪어온 그가 결국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자신의 탈당을 비롯해 총선과 관련한 앞으로의 행보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는 이날 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곧바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체제에 돌입한다.
하지만 타이밍이 썩 좋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지도부 정비에 나서면서 당 안팎의 시선이 온통 '한동훈 체제의 안착' 여부에 쏠려 있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이 당내 친윤 세력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이 전 대표의 이탈이 가진 파급력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반 탈당에 대한 측근들의 견해차도 드러났다.
지난 4월 전당대회부터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해왔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공식적으로 당 잔류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례대표 신분으로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허 의원을 비롯해 천 위원장, 이 도의원 역시 이날 당장 탈당에 나서진 않는다.
제3 지대로 먼저 나와 있던 '선발대'와 뜻을 모으는 방식의 확장도 간단치 않다.
이 전 대표는 그간 자신이 주도하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을 통해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소통하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 전 의원의 신당인 새로운선택은 정의당 출신의 조성주 전 의원이 공동대표직을 수락하고, 정의당 현역 의원인 류호정 의원까지 합류하는 등 이 전 대표와 사뭇 다른 정치적 방향성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만나서 고민을 나누겠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을 고려 중이긴 하지만, 설령 제3 지대에 나오더라도 민주당계 인사들과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긍정적 변수도 있다. 본격적인 공천 정국에 따른 여권 내 이탈 흐름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90일 전인 다음 달 10일까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낼수록 이른바 '물갈이'도 불가피하다. 당내에서 이에 반발하는 세력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이 전 대표 측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21년 전당대회로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최초로 30대 당 대표(원내교섭단체 기준)가 됐던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경계 의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체제'가 아무리 잘 돼도 이탈 세력은 나오기 마련인데, 이 전 대표 말고는 현재 여당 밖에서 보수세력을 대변하거나 대안이 될 만한 중심이 없다"라며 "선거제 개편이 변수가 될 수는 있지만, 이 전 대표가 가진 소구력, 특히 수도권에서의 잠재적인 영향력도 당이 얕잡아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의 등장과 이 전 대표의 탈당 시점에 맞춰 그가 주도하는 신당이 두 자릿수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씨앤알'이 인터넷언론 '뉴스피릿' 의뢰로 조사해 전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이 창당된다는 가정하에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민주당(33.1%), 국민의힘(29.6%) 순으로 답한 데 이어 이준석 신당(10.5%), 이낙연 신당(9.2%)에 힘을 실었다. 정의당(2.5%), 자유통일당(2.0%)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조사는 지난 22~23일 만 19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취임 입장 발표에서 이 전 대표와의 소통을 계획하는지 묻는 말에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을 전제로 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