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투자자 손실 발생 시 분쟁 조정, 판매사 검사 등 효과적 대응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H지수 기반 ELS 관련 합동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 판매 현황 점검과 손실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가 이뤄진 이 회의에서 당국은 금감원에 'H지수 ELS 대응 TF'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민원과 분쟁 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조치 등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TF팀장은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맡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지수 기반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 또는 발행 증권사 직접 판매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 등에게 판매됐으며 은행권 판매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기준 총 판매 잔액 19조3천억 원 가운데 은행권 판매 잔액은 15조9천억 원(82.1%)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종목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지수다. 이 지수는 2021년 2월 12229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 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국면을 거치며 전날(21일) 5620으로 추락했다.
국내 은행들이 판 H지수 기반 ELS 상품은 해당 지수가 일정 '기준폭'을 넘어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은행은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통상 기준폭은 상품 유형별로 30~50% 수준이며 만기는 3년이다. 만기가 되지 않아도 6개월마다 조기에 원리금을 뺄 수 있긴 하지만, 기간별로 정해진 주가 하락폭 기준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이례적인 지수 폭락만 없으면 가입자는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지수가 2021년 초 대비 추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회의에서 "문제가 되는 상품은 주로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ELS로, 최근 H지수 추이를 감안할 때 해당 발행물들의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초부터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H지수가 급락한 작년 4분기부터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H지수 기반 ELS 판매사들에게 고객 대응체계 등을 마련하라고 지도해왔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5개 은행과 7개 증권사 등 12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 서면 조사를 실시해 ELS 판매 의사 결정 프로세스, 인센티브 정책, 영업점 판매 프로세스 등을 중간 점검 중이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회의에서 "H지수 기반 ELS와 관련해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과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안내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향후 대응에 있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사의 위규 소지를 엄정히 파악하고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구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구제 절차 마련에 힘써달라"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