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도급 구조로 논란이 된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망 설치 사업' 입찰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업체 주소지는 물론 일부 소속 직원과 지원 서류 양식마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업체는 수년 동안 해당 사업에 동시에 입찰해 번갈아 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 위장이나 담합 입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중 공사 등 해양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인 A사는 올해 부산 해운대구청과 2억 원 규모의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망 설치 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공개 입찰에는 A사를 비롯해 한 해 전까지 2년 동안 사업을 따냈던 B사 등이 참여해 경쟁했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사업비가 맞지 않다며 '적격자 없음'을 이유로 2차례 유찰시킨 뒤 조달청 전자 입찰 시스템에서 1순위 적격 심사 대상이었던 A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2021년부터 해당 사업 입찰에 참여해왔지만 B사에 밀려 사업을 따내지 못했고, 결국 올해 3년 만에 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면 B사는 2021년과 지난해 해파리 그물망 관리 용역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올해에는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진행한 해파리 차단 그물망 사업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두 업체와 관련해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두 업체가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업체의 소재지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빌딩으로, 같은 건물에 사업장을 두고 있었다. 취재진이 주소지를 찾아가 확인해 보니 해당 건물은 주택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빌라나 오피스텔 형태로, 해양 산업 관련 집약 시설로는 보기 어려웠다.
또 A사가 구청에 제출한 용역수행계획서와 장비투입계획서 등 서류을 지난해 B사가 구청에 제출한 서류와 비교한 결과 서류 양식과 내용, 첨부한 사진, 문서 여백까지 외형상 동일한 모습이었다.
두 업체가 용역 업무를 수행한 시점의 직원 명단을 살펴보니, A사 대표는 지난해 B사가 제출한 직원 명단에 소속 직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올해 입찰 업무에 직접 참여한 A사의 한 직원은 지난해 B사의 현장 총괄 책임자로 올라가 있는 등 사실상 두 업체의 업무를 동시에 담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수년 동안 동시에 관급 사업에 입찰한 두 업체가 이름과 대표자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업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주소지가 같고 소속 직원까지 일부 겹친다면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보인다. 투찰 금액 등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며 "업계가 좁다고 해서 서류나 직원을 공유하는 관행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의회 문현신 의원은 "두 업체가 사업자 등록증은 따로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누가 봐도 두 업체가 한 식구라는 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매년 장비를 새롭게 구입한다고 계획서에 올렸는데 사실상 같은 회사라면 혈세 낭비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사는 B사와 동종 업계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받았을 뿐 같은 업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A사 관계자는 "업계가 좁아 대부분 학교 선후배로 연결되는 등 서로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을 파견하거나 서류를 일부 공유하는 등 도움을 주고받은 게 전부"라며 "동종 업계끼리 같은 건물을 쓰는 것일 뿐 다른 회사다. 가격 담합 등 부당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사업을 따낸 A사는 울산에 소재를 둔 또 다른 해양 관련 업체 C사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사업 대부분을 맡긴 뒤 사업비의 80%를 지급했다.
C사는 또다시 지역 어촌계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뒤 그물망 설치 작업 등을 맡기고 8천만 원 상당을 작업비로 건네는 등 발주처인 해운대구청부터 어촌계까지 기형적 도급 구조로 사업이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