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일상적인 식비와 간식·커피값으로 쌈짓돈처럼 사용한 정황이 폭로됐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유용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특수활동비 중 카드사용부분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들이 확보한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6만여 장 중에서 카드영수증 등 지출증빙이 붙어있는 건은 고작 300장(0.5%) 뿐이었다. 그나마도 사용 장소와 결제시간, 구매 품목 등은 먹칠로 지워진 상태였다.
공동취재단이 최종사용처를 추적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은 185건이었다. 충주지청 12장, 마산지청 10장, 경주지청과 서산지청 각각 3장, 속초지청과 통영지청 각각 1장, 가장 많은 진주지청이 155장이었다.
공동취재단은 "카드사용분의 경우에는 최종사용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검증결과를 통해서 특수활동비의 사용실태를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카드사용분이 가장 많은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특수활동비를 파리바케뜨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 구입, 스타벅스 미션음료 구입 등에 사용했는가 하면, 회식비로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며 "청사 주변에서 일상적인 식비와 커피값으로 다수 사용된 실태도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공동취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11월 진주지청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15만 400원이 파리바게트에서 사용됐다. 그중 10월에 사용한 1건은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를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또 카드로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 건 중 16건이 검찰청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사용됐다. 특히 2018년 5월 특수활동비 4만 원을 스타벅스에서 사용했는데, 그중 일부는 이벤트 사은품 등을 받기 위한 '미션 음료'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특수활동비로 회식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2020년 8월 18일 진주지청은 진주시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특수활동비 60만 원을 썼다. 2020년 12월 10일에는 진주지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해산물 식당에서 특수활동비 30만 원을 사용했다.
공동취재단은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카드영수증 155건 가운데 116건(74%)가 진주지청 반경 3km 이내에서 사용됐다"며 "가장 자주 사용한 곳은 1km가량 떨어진 한정식 집으로 총 11번 방문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특수활동비 중 카드로 사용된 부분조차 용도에 맞지 않게 유용했다면, 사후에 추적하기 어려운 현금으로 사용된 부분은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수활동비에 대한 지난 6개월간 검증 결과는 특수활동비가 기밀 수사에 정해진 용도대로 잘 쓰이고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현금으로 집행된 부분 중에 일부 확인된 실태는 명절 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 전 몰아쓰기, 정기적 나눠 먹기, 비수사부서 지급, 기관장 셀프수령과 같은 행태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 특수활동비는 더 이상 존속될 이유가 없다"며 "정말 수사에 필요한 경비가 있다면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