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개 시도교육감들이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김광수 제주시교육감, 서거석 전라북도교육감 등 9명의 교육감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조례 폐지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고 성 문란을 조장하며, 학생의 권리만 보장해 교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조례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과 최 교육감은 이들을 대표해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지난 2010년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이후 현재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 모두 7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일부 조항이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7개 교육청 중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충남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 요구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서울시 의회의 조례 폐지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폐지안은 지난 3월 일부 보수 단체가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하면서 김현기 서울시 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공대위)'가 낸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폐지안)'의 수리·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는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유효하다.
공대위는 지난 4월 서울시 의회를 상대로 폐지안에 위법성이 있다며 수리·발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주민 조례 청구가 아닌 의원 발의로 또다시 폐지안이 상정될 경우 통과를 막기 어렵다.
충남에서도 폐지안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결국 폐지안을 다시 발의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에서 전체 110석 중 2/3 이상인 75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의시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만일 의원 발의 등으로 폐지안이 상정돼 의회를 통과될 경우에는 재의를 요구하고, 그럼에도 의회에서 재의결될 경우에는 대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충남, 서울을 제외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5개 시도 가운데 전북과 경기 등 2곳에서 조례 폐지·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의 경우 국민의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난 6일 발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교육위원회 상정이 불발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11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인천, 광주, 제주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지만, 다른 시도처럼 학생인권조례 개정이나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교육부는 새로운 조례 예시안을 만들어 교육청에 권고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학교생활과 관련한 학생, 교원, 보호자 등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교육청에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