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1심 판결 선고 전에 제출했다면 공소기각 판결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공소를 기각하지 않고, 양형 요소로만 고려했다면 위법하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도로교통법(음주운전)·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상)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1심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며 "2심 역시 A씨에게 유죄를 판결하면서 피해자와 합의했던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 합의서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법원에 제출됐다"며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때' 공소기각 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시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32조는 1항에서 '고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3항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A씨는 2021년 11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7%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저지른 별도의 음주운전 위반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1심 판결을 깨고 새로 판단하면서도 형량은 징역 6개월을 유지했다.
하지만, 1심과 같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고 유리한 양형 요소로만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당사자가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2심은 직권으로 조사·판단했어야 한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