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3선 이상 중진 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연달아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통해 전체 의원들의 의견도 청취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별도의 전당대회 개최 없이 비대위 체제로 직행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동시에 어떤 인물로 새 지도부를 꾸릴지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뒤인 오는 주말 사이 논의를 진척시켜 이르면 다음 주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비대위는 12월 중 꾸리기로 했다.
새 비대위원장은 비상 당권을 갖게 되고, 새로운 지도부에 해당하는 비대위원을 추천하게 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최고위원들을 포함해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선출직,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키로 했다.
현 지도부 구성원 중에선 의원들이 선출한 윤재옥 원내대표만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최고위 비공개 부분에선 새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의 성격 등도 논의됐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큰 폭의 변화를 상징하고,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끌 적임자를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선 구체적인 인물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강의 컨셉만 확인한 채 공식적인 논의를 뒤로 미룬 형국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논의체와는 별개로 물밑에선 구체적인 인물의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장 연대(김기현, 장제원)'의 퇴진 이후 숫자가 줄어든 '윤핵관' 사이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우는 추천안이 올라왔다.
소수이긴 하지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당내에서 김 전 대표의 떠밀린 사퇴 압박의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이 있는데, 김 위원장이 직접 비대위 혹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실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의원들 사이에선 '김기현 사퇴' 사건을 계기로 주도권을 용산에서 당으로 찾아와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중도와 청년층을 포섭하기 위해선 용산과 거리를 두고 때로는 각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추천하는 물밑 기류가 감지된다. 마침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요청이 온다면 수락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여권의 정치 작동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어떤 비대위를 구성하든 앞으로 당의 지도체제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으나, 이른바 '윤심'에 밀려 출마를 포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