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호텔에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불법체류 중국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의 2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6일 법원은 A씨에 대해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통신사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제주에서 발신번호 조작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다. 경찰은 수상한 신호가 잡힌 곳을 중심으로 현장 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신고 다음날인 8일 제주시 한 호텔 객실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발견한 데 이어 이튿날인 9일 또 다른 호텔 객실에서 중계기를 발견해 수거했다. 당시 중계기는 모두 켜진 상태였다.
인터넷 중계기와 비슷한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는 객실 서랍장과 의자 아래에서 발견됐다.
문제의 중계기는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 '010'으로 바꿔주는 기계다.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문자나 통화를 국내에서 발신된 것처럼 속이는 장치다.
경찰은 현장을 확인했을 때 이미 자취를 감춘 피의자를 추적했다. 투숙객 명단과 호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A씨를 특정하고 지난 4일 도내 한 주택가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6월 제주에 무비자로 입국한 A씨는 체류기한을 넘긴 상태에서 범행했다. A씨는 중국인만 사용하는 SNS에서 '일당 15만 원 단기 알바' 글을 보고 이같이 범행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SNS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누군가가 클린하우스에 중계기를 둘 테니 그것을 가져가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만 했을 뿐이다. 일당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중계기로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도민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만식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신속하게 중계기를 수거해서 사흘 정도 켜진 거로 추정한다. 중계기 통신내역을 수사하고 있는데, 피해 사례는 없다. 윗선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