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삼대가 모였다가…" 일산화탄소 중독 참변 안타까움 더해

지난 2일 부산 사하구 가정집서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
90대 할머니 요양병원 퇴원 열흘 만에 참변
손녀집 방문해 머물던 중 사고…어머니도 그날 저녁 방문
경찰 유독가스 유입 경로 조사…구청 불법증축 확인해 시정 조치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의 가정집 모습. 보일러 연통이 지붕과 창문으로 밀폐된 모습. 정혜린 기자

부산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숨진 일가족은 90대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뒤 모처럼 함께 모였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숨진 30대 여성과 외할머니, 일주일전부터 함께 생활…어머니는 당일 찾아왔다가 참변


지난 2일 부산 사하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현장에서는 A(30대·여)씨와 A씨의 외할머니 B(90대)씨가 이미 숨을 거둔 뒤 소방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고 A씨의 어머니 C(60대)씨는 의식을 잃고 호흡만 유지한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사고가 난 집으로 이사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던 A씨는 새 보금자리에서도 혼자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B할머니는 요양병원에서 나와 손녀집에 찾아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3개월가량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다가 별다른 지병없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한 뒤 자녀들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손녀인 A씨 집에는 불과 일주일 전쯤 찾아와 함께 지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딸 A씨와 자주 왕래하던 어머니 C(60대)씨는 사고 당일 A씨 집을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삼대가 모처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다가 안타까운 중독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C씨의 자매라는 한 유가족은 "사고 당일 저녁에 여러번 전화를 했는데 셋 다 연락이 닿지 않아 '씻는 중인가' 싶었다. 불과 몇 시간 뒤 현장을 처음 발견했다는 다른 가족에게서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 온 몸이 떨렸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어머니(B할머니)는 석달 전쯤 조금 어지럽다고 하셔서 요양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최근에 퇴원하셨다"며 "교회에 가고싶다고 하셔서 교회와 가까운 조카(A씨) 집에 모셔다 드린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병원에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졌던 어머니 C씨는 다행히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하구청 전경. 부산 사하구 제공

경찰, "일산화탄소 유입 경로 확인 중"…구청은 불법 구조물 '시정명령'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가스 보일러에서 배출된 유독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유입되면서 A씨 일가족이 중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 감식에서도 가스가 유입된 경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사고 세대 보일러 연통이 베란다 증축 공사로 인해 창문과 캐노피 형태의 지붕으로 막힌 구조라는 점과 당시 창문이 모두 닫혀있던 점 등을 고려해 해당 구조물과 사고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실제 보일러를 가동해 유독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등 다각도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 지자체인 사하구청은 베란다 증축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해 행정 조치에 나섰다. 건축물 증축 공사를 할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해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베란다에 창문 등 구조물이 설치됐지만 이에 대한 신고나 허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최근 해당 세대 소유주에게 정해진 기한 안에 구조물을 원상복구 하도록 시정 명령을 사전 통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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