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률 1위 그린란드, 백야(白夜)때문? 한국은 왜?[노컷체크]

자살률 1위 그린란드…10만명당 53.3명
백야 때문에 자살률 높다?…"연관 없어"
한국은 10만 명 당 24.1명,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아
70세이상 자살률 10만명당 73.7…세계 3위 "매우 심각"

스마트이미지 제공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그린란드가 세계 자살 1위?> 이런 주제를 가지고 오셨네요. 좀 뜬금 없는 감도 있기는 한데요. 왜 이런 주제를 가져오셨나요?
 
◆선정수> 지난 5일 포털 다음 카페에서 검색 상위에 오른 콘텐츠가 있었는데요. <전세계 자살률 1위 지역>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는 건 줄 알고 클릭해서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봤더니. 의외로 이 콘텐츠는 전 세계 자살률 1위 지역을 그린란드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팩트체크를 하게 됐습니다.
 
◇조태임> 전세계 자살률 1위 지역이 그린란드라고요? 출처가 믿을 만한 건가요?
 
◆선정수> 카페 게시판에 오른 글인데요. 출처 표시를 하긴 해놨는데. 링크가 끊어져 있어서 연결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일일이 좀 찾아봤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그린란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구 1000명 당 1명 꼴로 자살을 하고, 전체 인구 중 1/4이 살아가면서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힙니다.

이어 "놀랍게도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린란드의 자살률은 몇 날 며칠 동안 밤이 지속되는 겨울철이 아니라 오히려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여름, 정확히 6월에 최고점을 찍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유에 대해선 "대부분 가난과 우울증, 그리고 알코올중독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라고 하면서 "도대체 왜 백야인 6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살을 할까"라고 묻습니다. 이어 "일각에서는 백야현상으로 인한 불면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자살을 유발한다고도 한다"라고 원인을 제시합니다.
 
◇조태임> 그렇다면 이 게시글의 내용은 사실인가요? 하나하나 좀 따져보죠.
 
◆선정수> 먼저 그린란드의 자살률부터 파악해 보겠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19년 그린란드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10만 명당 53.3명입니다. 원자료는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 TH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에서 가져왔습니다. 세계 최악입니다. 

그 뒤를 레소토(42.2), 가이아나(32.6), 키리바시(26.6), 우크라이나(26.3), 솔로몬제도(24.6), 에스와티니(24.5), 수리남(24.1), 리투아니아(23.9), 짐바브웨(23.4), 미크로네시아(23.1), 러시아(22.8), 카자흐스탄(22.7), 나우루(22.6), 마샬제도(21.7)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10만 명 당 19.5명으로 바로 이 뒤에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은 사실입니다.
 
◇조태임> '전체인구 중 1/4이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알아보죠.
 
◆선정수> 2018년 수행된 그린란드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15~24세 여성의 13%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연령대 남성의 응답률은 5.3%였습니다. 그린란드의 법의학정신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에선 36%가 평생 한 번 이상 자살 시도를 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법의학정신과 환자란 범죄에 연루된 정신과 환자들을 의미합니다.

'전체인구 중 1/4이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린란드 사람들은 굉장히 높은 비율로 자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태임> 콘텐츠는 "백야현상으로 인한 불면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자살을 유발한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사실인가요?
 
◆선정수> 그린란드의 높은 자살률을 분석한 여러 가지 연구들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덴마크의 식민지배 과정에서 진행된 주거 이전과 생활 양식 파괴 등 급격한 환경 변화 및 전통과의 단절 등에서 원인을 찾는 연구가 많습니다.

덴마크 국립공중보건연구소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자살의 시간적 추세와 지리적 패턴>이라는 논문을 통해 "50년 동안 그린란드의 자살률은 식민지 시대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급격히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역 사회에 대해 강하게 초점을 맞추고 세대 간 유대와 문화적 연결성을 높이는 보호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고 예방책을 제시했습니다.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 진행된 연구는 일조시간이 1시간 길어질 때 자살률은 0.75%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일광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광의 변화는 자살률의 계절적 최고치를 설명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백야 때문에 자살률이 높다는 건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태임> 우리나라가 자살율 1위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요.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
 
◆선정수> 대한민국 자살률 세계 1위는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자살률 10만 명당 24.1명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없습니다.

2018년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2016년과 2017년 자살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리투아니아는 1996년 10만 명 당 52명을 기록할 정도라 자살률이 높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1년에는 18.5명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25.2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자살률은 그린란드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전체 인구가 5만 6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살률에서 굉장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연간 자살 사망자 수로 환산해 보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린란드는 2019년 34명이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한국은 같은 해 1만 45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루 평균 39.9명이 자살한 거죠. 모든 생명은 귀중합니다. 그린란드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서 높은 비율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다는 건 슬퍼해야 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조태임> 우리나라의 상황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 아닌가요?
 
◆선정수> 아이를 낳고 기르기 힘든 것과 살기 힘든 것은 결국에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높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70세 이상 자살률은 10만 명당 73.7명으로 세계 3위입니다. 세계 10위 나라들을 살펴보면 레소토, 짐바브웨, 모잠비크, 그린란드, 차드,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씁쓸한 우리의 현주소를 보고 있습니다.
 
◇조태임> 정부가 10년 내에 자살률을 50% 줄이는 걸 목표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어요.
 
◆선정수> 네 늦었지만 정부가 국민정신건강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과 봅니다. 내년에 중·고위험군 8만명에게 1인당 60분 8회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2027년까지 50만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내년 7월부터는 1600만 명을 대상으로 마음 이해 및 도움요청·제공방법 등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구요. 자살예방 상담에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긴급전화 109 번호를 부여하고, SNS상담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자살예방상담(1393), 정신건강상담(1577-0199), 청소년상담(1388)이 제각각 나눠져 있어서 외우기 좀 어려웠거든요. 정부정책이 잘 먹혀들어서 자살률이 많이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아이들부터 청년, 중년, 장년, 노인 모두가 살기 힘든 이 구조를 좀 어떻게 살기 좋게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수도권 과밀도 좀 해소하고, 지역도 살기 좋게 바꿔주고요. 아이들 경쟁도 좀 풀어주고요
 
◇조태임> 자살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도 몇 가지 바로잡아보죠.
 
◆선정수> 네 예전에 한번 다뤘던 내용인데요. 요점만 추려서 말씀드리죠.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그전에 대개 자살에 대한 경고나 징후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어떤 말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미친 거다. 이런 말도 있는데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화가 나고, 슬픔에 잠기고, 우울하고, 절망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조태임> 자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어떤 것도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이건 어떻습니까?
 
◆선정수>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매우 심한 우울증 환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죽을지 살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자살 기도자 대부분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2/3가 죽기 전에 여러 가지 신체, 정신 증상으로 병원, 의원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의사가 모든 환자들에게 자살 생각에 대해 물어보기만 해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자살에 대해 물어보면 오히려 자살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요.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자살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조태임> 자살 예방법 뭐가 있을까요?
 
◆선정수> 물어보기, 들어주기, 연결하기를 강조하는데요. 자살 생각을 하고 있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고요.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와 지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듣는 겁니다. 이후 연결하기인데요.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첫 예약을 같이하거나 같이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조태임> 네, 이런 예방책도 잘 알아두고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픔에 외면하기보다는 적극 물어봐주는 것도 필요해보이네요.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기자 ■ 팟캐스트, 오디오클립,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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