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에 정전 사태, 눈코 뜰 새 없는데…산업부 장관은 총선 출마?[이정주의 질문]



[앵커] 그제 울산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며 약 15만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불과 20여일 전엔 용인 에버랜드에서 전압강하로 롤러코스터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계속 되는 정전 사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기자, 이정주 기자와 만나 들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네, 반갑습니다. 산업부 이정주입니다.
 
[앵커] 지난 6일이죠. 그제입니다. 울산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나왔는데요. 짧게 요약하자면, 지난 6일 오후 3시 30분쯤 울산 남구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옥동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전은 복구에 착수해 정전 사태 발생 약 1시간 45분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약 2시간 동안 15만 5천세대. 그러니까 4인 가족 기준이면 60만명 정도가 불편을 겪은 겁니다. 
 
[앵커] 기사로만 보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60만명이면 웬만한 시 단위 인구잖아요. 피해가 컸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전은 그제부터 이번 정전 관련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데요. 정전이 발생한 울산 남구 옥동 인근 아파트 150여개 단지와 식당, 대형마트 등에서는 냉장고 작동이 정지되거나 승강기가 멈추는 등 각종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도로 교통 시설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신호등이 모두 꺼졌습니다. 이에 경찰은 주요 교차로에 인력을 배치해 수신호로 차량을 통행시켰습니다. 일부 병원에선 의료 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분주하게 생산되는 요소수(왼쪽)·6일 오후 울산 남구 지역 일대에 정전이 발생하면서 신호등도 멈췄다. 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제어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앵커]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2시간 동안 전기가 끊긴다면 혼란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원인은 밝혀졌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전 측은 정전은 개폐 장치 이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추가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해당 변전소에서는 노후 개폐장치 교체를 위해 전력을 공급하는 2개 모선 중 1개 모선을 휴전해 작업 중이었다고 합니다. 작업 구역이 아닌 다른 측 모선 개폐장치 이상으로 전력공급이 중단됐는데, 개폐장치 내부 절연파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교체 작업 도중 작업자의 실수로 인한 건 아니고, 다른 구역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불과 20여일 전에도 경기도 용인에서 정전 사태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울산 정전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가 갑자기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인해 일시적 '전압 강하'가 원인으로 밝혀졌는데요. 일시 정전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울산 정전과는 양상이 다르긴 합니다. 다만, 이런 정전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총부채만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 위기가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죠. 아무래도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 입장에서 빚을 갚기 위해서 모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잖아요. 
 
[기자] 실제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한전은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5월 한전은 자구안에서 송전망 등 건설 시기를 미뤄 오는 2026년까지 1조3천억원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한전 측은 해당 비용 절감이 대부분 발전사에 대한 투자 부분이라, 송배전 시설 점검과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자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은 계속 나오는 분위깁니다.
 
[앵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전력 생산에 활용되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동안 소매 전기요금은 동결 또는 소폭 인상에 그치면서 적자는 크게 늘었는데요.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한전의 2022년 한 해 적자는 32조6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1년 한 해 적자(5조8천억원)의 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원가주의에 기반해 가격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당연히 그와 함께 공기업인 한전이 방만 경영을 한 부분이 있다면 조사 후 구조조정 등 개혁을 병행해야 합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앵커] 이 와중에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총선 차출설이 있네요.
 
[기자] 며칠 전에 저희 방송에서 한 번 다루기도 했는데요. 지난 6일 울산 정전 사태가 있던 날, 공교롭게도 세종시에서 산업부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방 장관이 간담회에 참석했고, 저도 그 자리에 갔었는데요. 총선 출마 여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방 장관은 "(용산이나 당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출마 여부에 대해선 "공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임명권자가 말씀하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사실상 최근 정치권 분위기를 감안하면 총선 차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앵커] 장관은 정무직이니까요. 과거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장관을 총선에 차출하는 사례가 있긴 했는데, 지금 방 장관은 재임 기간이 2개월 보름 정도 됐나요. 너무 짧은데요. 게다가 지금 요소수 사태와 한전 송전망, 원전 예산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교체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방 장관은 지난 9월 13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9월 20일 취임했습니다. 오늘 시점으로 임명 기간이 3개월이 채 되지 않죠. 그래서 비판이 많이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2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원전 예산, 전기요금, 요소수 등 산업부가 주무부처로서 주요 현안이 너무 많습니다. 또 하나는 산업부 기자단에 물어보니 그동안 장관이 두 달 반 만에 나간 것은 역대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부패 의혹이나 경질도 아니고 총선에 차출하기 위해 이렇게 짧은 기간에 교체한 사례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듭니다.
 
[앵커] 이렇게 총선 차출을 위해 장관을 교체하면 현 정권은 많은 비판에 직면할 듯 한데요.
 
[기자] 저도 그래서 당과 용산 대통령실 등 취재를 해봤는데요. 한 마디로 '총선에 모든 사활을 걸었다'는 분위깁니다. 어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총선은 이겨야 한다는 거죠.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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