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전기차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건 물론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의 판매량까지 넘어설 기세다. 그중에서도 특히 SUV 차종에서 하이브리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급기야 계약후 출고까지 1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하이브리드 SUV의 선호도가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등록된 국내 신차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총 24만9854대로, 전체 차종의 19.9%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5%나 급증한 수치다. 반면 전기차의 신규 등록대수는 13만3056대로 집계돼 하이브리드의 절반가량에 머물렀다. 판매량도 전년 대비 4.4% 감소하면서 하이브리드와 대조적인 상황이다.
인기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하이브리드가 연간 판매량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를 앞지를 수 있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대수 기준으로 하이브리드가 경유차에 약 5천대 정도 뒤쳐진 걸로 알려졌지만,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는 판매량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의 막판 역전이 불가능한 전망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이 전기차와 경유차에 이어 주류인 휘발유 차량까지 앞질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에서 하이브리드는 9996대로 전체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가솔린이 9933대로 뒤를 이었고, 전기차와 경유차는 각각 2471대와 1524대에 그쳤다.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가솔린 차량을 앞선 건 2006년 9월 수입 하이브리드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래 처음이다.
하이브리드의 이같은 인기에는 효율성과 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일반 휘발유·경유차 대비 높은 연비가 각광받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비용 자체에 강점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일부 안정성 등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이브리드가 일종의 중간 지대로서 매력있는 선택지로 부상했다. 실제 소비자들도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에 적극적이다. 최근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하이브리드 구매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4.4%는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두드러진다. 고유가에 레저 수요가 겹치면서 하이브리드 SUV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UV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쏘렌토 모델에서 하이브리드가 전체 판매량의 64.9%를 차지한 대목이 이같은 인기를 방증한다.
하이브리드 SUV의 급상승한 인기에 '출고 대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한 기아 신형 카니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현재 계약 후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출고까지 짧아도 11~12개월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기아 스포티지, 현대차 아반떼·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차량을 받으려면 최소 5개월 이상이 걸린다.
정인국 케이카 사장은 "하이브리드의 전기차 대비 간편하고,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유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부각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지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