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억대 뇌물 혐의로 수사 중인 현직 경찰 간부에 대해 청구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올해 8월 첫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에 재청구한 영장마저 법원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껏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이 모두 기각돼 수사능력 부족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금품수수 사실은 소명된 것으로 보이나 해당 금품이 알선 명목의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가 금품수수와 사건 무마 알선 사이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 8월 2일 공수처가 김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첫 번째 구속영장 때 법원이 내놓은 기각 사유와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알선 사이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김 경무관은 수사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중소기업 관계자 A씨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가족 등을 통해 A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는데, 김 경무관은 뇌물이 아니라 가족이 투자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첫 구속영장 기각 이후 4개월간 보강수사를 벌였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A씨에 이어 이달 4일 김 경무관을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기각 사유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증거 관계를 재차 다져 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여전히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법원에 낸 5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공수처는 출범 이후 내내 지적돼온 수사력 부족 비판을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 '5전 5패'라는 결과 앞에 선 공수처는 오는 9일 '표적감사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