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 원칙 속에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역대급 불수능'으로 확인되면서 당초 목표였던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와 수학, 영어 영역 모두 불수능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영역 만점자는 졸업생 단 1명만 나왔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지난해(134점)에 비해 16점이나 올랐다. 지난 2019학년도 150점에 이어 가장 어려웠다.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이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으로 지난해(145점)보다 3점이 올랐다. 2020학년도 149점 이후 가장 어려웠다. 2018학년도 절대평가가 도입된 영어 영역에서는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4.71%로, 가장 어렵게 출제된 2019학년도 5.30% 기록마저 깨졌다.
입시업계에서는 수능 시험을 불과 5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세워진데다 수능 당국이 킬러문항 배제로 이른바 '물수능'이 될 것을 우려해 변별력 확보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불수능'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수능 시험을 얼마 안 남겨두고 정책 변화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가운데, 킬러문항을 빼고 변별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불안감에 휩싸인 수험생들은 입시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입시분석 기관인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6월에 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발표된 이후, 학생들은 수능 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어렵게 나왔다"며 "학생들은 결국 '혼자 준비해서는 안 되겠다'며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교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불수능이 되면서 학부모들은 학교공부만으로 불안하니까 더 사교육을 찾게 되고, 사교육업체들은 '킬러문항이 없어진 대신 준킬러문항 등 새로운 유형이 등장했다'며 불안 마케팅을 노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2021년에 비해 10.8% 증가하며, 2연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