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지역 시민단체와 기관단체들이 월성원전 2~4호기의 수명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원전 수명 연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월성원자력본부가 있는 경주시 양남면과 양북면, 감포읍 등에는 월성원전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100여개가 내걸렸다.
지역 자생단체와 사회단체, 상가 번영회 등이 내건 현수막에는 '월성원전 2~4호기 30년 수명연장으로 지역경제 되살려라' '계속운전 추진 위한 안전성평가 즉각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월성원전 2~4호기가 가동을 중단하면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며 정부는 하루 빨리 원전 수명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포읍 주민 최모(54)씨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명연장을 결정했던 월성1호기는 하루아침에 고철덩어리로 변해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즉시 원전 수명연장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성 2~4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은 설계수명이 다가오면서 차례로 가동을 중단할 상황에 처해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24년 9월 고리3호기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고리4호기와 한빛1호기 2026년에는 월성2호기 등 모두 10기의 원전이 2030년 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하지만 설계수명은 운영허가 당시 안전성 평가를 위해 가정한 최소한의 원전 운영기간이어서 내부 설비 개선을 통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포인트비치 원전은 1970년 운전을 시작했지만 두 차례의 수명 연장을 통해 총 80년간 운영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경주지역을 비롯한 원전이 있는 지역에서는 원전 수명 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 건설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가동을 중단할 경우 직격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본부의 경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지역지원사업과 지방세 등으로 모두 1634억 원을 내거나 사용했고, 월성본부와 직원들이 사용하는 돈은 양남면을 비롯한 동경주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 필요성도 원전 수명 연장이 요구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전 세계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친환경에너지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22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을 세 배로 확대하는 데 협력하는 내용의 협정서에 서명하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주요 기기 수명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 최소 3~4년 간 법적 절차를 밟아야해 정부가 관련 절차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다 설비 교체 공사에 필요한 시간까지 더하면 원전 수명 연장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신속히 이행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