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영화 번역가인 황석희가 에세이를 펴냈다.
책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번역가로서의 희로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스크린의 정역(定譯)이라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스크린 밖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다"고 말한다.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늬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번역이라는 섬세함을 일상의 번역으로 확장시킨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며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말한다. 그럼에도 오역이 있다면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된다고 덧붙인다.
황석희 지음 | 달 | 264쪽
엄마가 된 아나운서이자 작가 임희정은 초저출생 시대에 꼭 필요한 전지적 엄마 시점에서 '엄마 됨'을 이야기 한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는 이미 2006년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전 세계 전문가들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출산을 하고 보니 아이를 '왜 낳는지'보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지금껏 일궈 놓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보상과 인정도 적은 돌봄과 가사노동을 반복하며, 단절과 고립 속에서 병들고 우울하고 소외된 한 인간만이 남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콜먼 교수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출산율을 회복한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를 들며 "그 중심에는 성평등이라는 문화적 변화와 가족친화적 노동시장 개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복지정책이 있었다"고 진단한 부분을 지적하며 초저출산 해결의 방법은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저출산 대책의 방향은 일의 지속과 돌봄 지원,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강조한다. 단발성 지원보다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일자리가 필요하며 정책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절차의 간소화와 의무적인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여성들은, 아이를 포기하고 싶다기 보다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일과 돌봄의 동시가 어려워 자꾸만 하나를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에 몰려 있다.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