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학총장이나 공직자 등 사회 저명인사의 메신저 계정을 사칭해 국내 중국인 유학생이나 베트남 현지 한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1억 7천만 원을 가로챈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사기 등 혐의로 태국에서 인터폴 국제 공조를 통해 A(40대·남)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3년 동안 전 대학총장과 공직자 등을 사칭해 국내 거주 중국인 유학생·강사, 해외 현지 기업인 등 피해자 12명에 1억 7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업 실패 후 2009년부터 14년 간 태국에서 불법 체류해왔다.
A씨는 지난 3월 14일 공직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사칭해 기업인 B씨에 접근했다. 자신이 미국 출장 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B씨에 "급히 베트남의 아는 교수에게 송금해야 하는데 현지에서 사업하는 지인을 소개해달라"고 속여 현지 기업인을 소개받았다.
이후 소개 받은 현지 기업인에 원화로 돈을 송금했다며 베트남 화폐로 현지 계좌에 대리송금을 부탁하는 수법으로 베트남 화폐 3억 동, 한국 돈으로 1650만 원 상당을 가로챘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3년 동안 전 대학총장과 공직자 등을 사칭해 국내 거주 중국인 유학생·강사, 해외 현지 기업인 등 피해자 12명으로부터 모두 1억 7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금은 중국과 베트남 현지인의 계좌로 받은 후 다시 태국 환전소 계좌로 옮겨 출금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동문회나 향우회, 경제인 모임 단체 등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아낸 회원 명단 속 연락처로 국내 대학교수와 기업인들에 접근했다. 이들보다 직급이 더 높은 대학 총장, 공직자 등을 사칭해 급한 사정이 있다며 해외 송금에 익숙한 지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칭한 저명인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 의심을 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주로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해외에 오래 산 사업가들로 국내 사정에 어두워, A씨를 소개해준 지인을 믿고 의심 없이 A씨의 요구에 따라 돈을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시중은행의 미국 달러 송금증 사진까지 위조해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고 묻자 해외 송금이라 실제 입금까지 2~3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공직자 사칭 카카오톡 계정의 범죄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인터폴, 태국 경찰 등과 국제 공조를 통해 태국에서 A씨를 검거했다. 거듭 송환 요청을 한 끝에 지난 10월 A씨는 한국으로 압송됐다.
수사가 진행 중이던 6월 초 같은 수법으로 2230만 원 피해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태국 환전상을 통해 다음날 이를 회수해 피해자에게 반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국정원에서 "대학 부총장이나 병원장 등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위장해 외국인 유학생 등을 상대로 메신저 피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보를 내린 사건 또한 A씨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수백 여 차례 범행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신고되지 않은 피해사례가 추가로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프로필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나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전화번호로 직접 통화해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A씨가 범죄에 국내에서 구입한 메신저 대포계정을 이용한 것을 확인하고 공급책 1명을 검거했다. 또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대포계정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