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둘로 나뉘어 맞서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내에선 지역구 불출마자까지 나왔고, 이낙연 전 대표도 참전하면서 선거제 논의가 계파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결국 당일 의원총회까지 전격 취소했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위해 소집하기로 한 의총을 하루 늦춰 30일에 열기로 했다. 때마침 이날 본회의도 예정돼 있어 모든 의원들이 국회로 집결하는 만큼 참여율도 높일 겸 하루 순연했다는 게 당과 원내지도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도부도 의총이 정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탄희 의원이 치고 나가면서 의총이 박터지게 생겼다. 이재명 대표가 왜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비이재명계에서 들고 나설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지난 28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및 위성정당 금지' 당론 채택을 촉구하며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지도부에 사전 통보는 없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의원 75명도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라고 이재명 대표 체제를 여과 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이 모든 일이 지난 28일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29일 예정대로 의총을 열었다간 내홍이 공식 표출할 게 빤했다.
실제 당 지도부 대다수는 병립형 회귀를 바라는 눈치다. 이재명 대표부터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선거는 승부다"라며 "이상적 주장으로 (총선에서)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회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 지도부는 현 연동형 비례대표 체제가 유지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가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겠다는 대선 당시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당내 비판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 일각에선 '병립형 회귀 반대' 목소리 또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비례정당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려고 한다. 현 연동형 체제가 유지된다면 비례정당으로 각 7~8석을 얻을 수 있는데, 이걸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거 같다"라며 "그걸 보고 국민들이 '저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연동형 체제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공약을 어기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당 지도부는 '지역주의 해소'라는 명분이라도 내세울 수 있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라는 절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30일 의총에서 선거제도와 관련해 갑론을박을 펼칠 예정이다. 다만 입장 차가 큰 사안인 만큼 이날 당장 결론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