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주에 들어선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에 꼭 걸맞는 말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덩달아 늘어나는 배터리 사고에 대응하고자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시설이다. 인증센터라는 이름이 언뜻 어렵게 느껴지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시험은 다 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으로 24일 개관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 광주가 최종 선정돼 총 393억원을 들여 2020년 8월 착공했다. 약 9000평 규모의 부지에 △배터리 시험동 △충돌 시험동 △충격 시험동 △화재시험챔버 등 4개의 시험동과 배터리 안전성 평가장비 6종을 포함한 26종의 설비를 구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전반을 '원스톱'으로 시험 가능한 환경이다.
우수한 설비 시설에서 보듯 3년여 만에 최종 준공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의 강점은 단연 배터리 안전 테스트의 '완벽함'에 있다. 직접 마주한 배터리 안전성 시험은 '이렇게 혹사시켜도 배터리가 무사할 수 있나'는 의문이 들 만큼 가혹했다. 배터리에 충격을 가하는 건 물론 압착기로 누르고 물에 빠뜨리고, 불구덩이에 넣었다가 영하의 온도에 냉각하는 등 물리적·화학적·전기적·열적 안정성을 다각도로 시험했다.
실제로 센터의 배터리 안전성 시험은 국제기준이 요구하는 수준 그 이상으로 진행된다. 국제기준에서는 배터리 안성정 평가 항목을 10개로 지정했는데, 센터는 여기에 2개 항목을 더해 낙하·침수·연소 등 12개 항목에 걸쳐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한다. 그중 침수 시험의 경우 여러 번거로움 탓에 실시하지 않은 국가도 늘고 있지만, 센터는 배터리 안전 검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시험'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침수를 포함한 12개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평가 시험은 극한 환경에서의 폭발과 화재 여부에 초점을 둔다. 거의 모든 전기차 배터리 사고에서 화재가 가장 큰 피해 양상이자 일반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만일에 대비해 총 8개의 배터리 시험동 중에서 4개 시험실은 화재·폭발에 견딜 수 있는 방폭구조도 갖췄다.
세부적인 시험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고정된 배터리에 시속 약 60㎞로 달리는 차량이 들이받는 것과 같은 세기로 쇠망치를 때리고, 10톤 무게의 압착기로 눌러 충돌시 접촉 하중에도 무리가 없는지 살펴본다. 최고 100℃에 달하는 과열 조건에서 배터리에 손상이 없는지 지켜보는 걸 시작으로 배터리를 영상 60℃에서 6시간, 영하 40℃에서 6시간씩 총 5번을 번갈아 놓으며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침수 시험은 일반 담수가 아닌 해수평균염도인 3.5%의 염수에 1시간 동안 완전 침수시켜 발화나 폭발이 없는지 점검한다. 화재시험챔버에서는 대형버스 등 실제 차량의 화재 시험까지 진행한다. 특히 화재시험챔버는 국내 최대 규모로, LPG 버너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1100℃의 불길에 배터리를 노출시켜 연소 후 3시간 동안 화재가 없어야 센터에서 인정하는 안전성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극한의 시험으로 배터리 안전 수준을 높이고 있는 센터는 최종 준공을 계기로 이제 한국의 전기차 발전과 승객 안전성 향상에 보다 본격적으로 달려갈 채비를 마쳤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제작사의 인증 수요와 사후관리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친환경 자동차에 특성화된 업무 수행으로 산업 발전과 중소기업 개발 비용 절감, 연구 개발 확대 등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