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시민단체 측 용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23일 승소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우리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은 23일 윤덕민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판결에 대해 항의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오카노 사무차관은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이번 판결에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면제란 모든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국제 관습법이다.
그러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외무성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 담화문도 발표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 담화에서 "이 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간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한국에) 국가로서 스스로의 책임으로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없기 때문에 소송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대며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23일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일본의 불법행위를 인정한다"라며 피해자들이 청구한 각 2억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모두 인정했다.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다른 나라 국가인 피고를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했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국제관습법의 흐름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