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대 심리와 함께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주목도 면에선 압도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장관 스스로 광폭 행보에 나서기 전까지 '이준석 현상'이 가장 큰 이슈였던 데 비해 한 장관의 등장 이후 존재감이 역전된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표현했듯이 한 장관은 여권에선 거의 유일하게 대중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인사다. 때문에 선거판에 바람을 일으켜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동반해 총선을 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장 역할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절반의 리더십이란 한계 역시 동시에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협치에 실패해 왔다는 점, 그 배경에 핵심 참모인 한 장관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도층을 겨냥한 민심 소구력이 있겠느냐"라는 회의론 또한 따라붙는 형국이다.
22일 한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출마 시점과 지역 등 질문에 "더 이상 말씀드릴 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자신의 총선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관해 여지를 닫아두진 않은 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장관은 앞서 지난 21일 법무부 일정으로 대전을 찾았을 때는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나머지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당이 기대하는 '전국구 인사'로서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입당과 출마 여부가 결정되기까진 시간이 남았지만, 한 장관의 행보엔 일찌감치 당내 기대 어린 시선이 실리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당(新黨) 창당의 원심력에 맞서서도 한 장관을 중심으로 한 당내 구심력이 우위를 보여줄 거란 예측이다.
서울 내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원외 인사는 "단순하게는 한 장관을 향한 현장의 호응만 봐도 당내에 이만한 인사가 없다"며 "만약 한 장관이 지역구 출마를 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어떤 방향으로든 '벨트'를 형성할 수도 있고, 함께 유세 활동을 다닐 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혹여라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윤석열 정부도 사실상 마비된다. 그러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일이야말로 한동훈 장관에게 주어진 중요한 일 중 으뜸가는 중요한 일"이라며 한 장관에 대해 "나이 먹고 고리타분해진 진보에 맞설 젊고 새로운 보수를 일컫는 상징으로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 장관에게 '선거에서의 중심적 역할'이나 '중도층 유인 효과'를 섣불리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당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 장관은 귀하게 써야 하는 카드지만, 여의도에 오면 새로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이재명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울 더불어민주당과 어젠다 세팅과 표현력 등 측면에서 비교가 될 수 있다. '5천만의 언어'를 언급했지만 아직 법률가의 언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여당 선거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한 여론의 전망은 팽팽하게 엇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 장관이 여당 선거에 도움이 될 거란 전망은 42%,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은 41%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포인트, 응답률은 11.2%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중도층 민심에 한 장관이 소구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존 지지층의 마음을 붙잡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