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3일 동안 '먹통'이었던 정부 행정전산망 시스템이 복구된 첫날인 20일 서울 시내 구청 민원실과 주민센터에 우려한 만큼 큰 혼란은 없었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멈춘 행정전산망으로 업무를 해결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주민센터는 평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터넷 발급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이용객 5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주민센터를 찾은 이용객들은 지난 주말에 하려던 업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잠원동 주민 조모(52)씨는 "정부24로 주말에 급하게 등본을 떼었어야 했는데 시스템이 먹통이라 불편했다"며 "급하게 일하는 중간에 나와서 이제 발급을 받았다. 정부가 상황 대처에 미흡했다"고 말했다.
반포3동사무소에서 만난 김모(55)씨도 "하루도 아니고 며칠이나 먹통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답해했다.
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이용객은 평소 대비 30% 가량 많았다. 다만 행정전산망에 이상이 발생한 지난 금요일에는 민원이 쏟아졌지만, 이날은 업무처리가 정상화되면서 민원이 폭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이용객들은 정부 행정전산망 시스템이 갑자기 중단됐는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조모(30)씨는 "원래 지난주에 오려고 했었는데 (행정이) 마비됐다는 소리를 듣고 또 밀릴까 봐 지금 왔다"며 "갑자기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중단되고, 왜 중단됐는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니까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신승섭(36)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왔는데 언제 고쳐진다는 얘기를 안 해주더라"며 "이전에 네이버 서버가 다운되면 정부는 '언제까지 고칠 수 있다고 얘기하라'고 했으면서 정작 정부는 그런 안내를 못하니 잘못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서구 등촌1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이모(86)씨는 "병원에 가니까 업무 처리가 안 된다고 하더라. 개인 병원에까지 영향을 끼치면 정말 심각하다"며 "모든 기관의 업무가 정지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올 시스템 장애로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업무 및 정부24를 통한 민원 서비스가 중단됐으나, 주말인 18~19일 동안 복구돼 이날 서비스는 정상 작동했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의 원인은 행정전자서명(GPKI)인증시스템 내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의 오작동으로 알려졌다. 행정전자서명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새올에 로그인할 때 '인증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