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무마해 주거나 인사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 사건브로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정을 토대로 본격화된 상황에서 경찰은 2년 전쯤 유사한 내용의 제보를 받았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은 지난 2021년 12월쯤 암호화폐가 연관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당시 경찰은 40대 탁모씨를 이 사건의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조사를 받기 위해 광주경찰청을 찾은 탁씨로부터 사건브로커 60대 성모씨에게 수사 무마 등의 대가로 많은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탁씨는 당시 광주경찰청장 A씨와 사건브로커 성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경찰에 보여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 경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탁씨는 오히려 성씨로부터 경찰에서 자신을 언급한 경위 등에 대해 추궁당했다.
탁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성씨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탁씨는 비슷한 시기 서울경찰청을 찾아 A씨가 포함된 사진을 보여주며 광주경찰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 광주경찰청장 A씨는 사건브로커 성씨와 서울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 수사 무마나 경찰 인사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탁씨는 사건브로커가 관여해 자신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의 수사 정보가 해당 사건 피의자 측에 사전에 훌러 들어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쯤 검찰은 탁씨가 낸 사건브로커 성씨 관련 진정을 접수했고 검찰은 1년 동안 20여 차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씨는 올해 8월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17억 원 정도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씨가 구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탁씨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탁씨는 가상화폐(코인) 투자와 관련해 투자금과 대리 구매 명목 등으로 28억 원 정도를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탁씨가 수사팀에 해당 사진을 보여주며 비위와 관련해 제보할 게 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증거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의 수사 정보가 사전에 흘러갔다고 볼만한 정황 역시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사건브로커 성씨와 관련해 다수 경찰관은 물론 현직 광주경찰청장까지 연루돼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성씨가 경찰에 제보를 한 이후에도 사건브로커 활동을 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경찰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는 광주전남지역 등에서 활동한 사건브로커 성씨에 대해 구속 기소한 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최근 수사 무마와 인사 청탁 혐의로 광주지역 경찰관 4명에 대한 강제수사를 위해 광주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지구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에 앞서 검찰 수사관과 전 경무관 출신 경찰관 등에 대한 강제수사도 진행했으며 이후 전 전남경찰청장이 숨지기도 했다.
구속 기소된 사건브로커 성씨는 수사 무마 등의 대가로 지난 2020년 8월 이후 17억 원 정도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