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권 거머쥔 '남미의 트럼프'…'경제 대수술' 나서나

극우 경제학자 출신 밀레이, 대선 역전승
죄파 경제정책에 유권자 심판…'차악 선택'
중앙은행 폐쇄, 달러화 도입 등 충격 공약
공개적 반중 감정…'일대일로' 재조정 예상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새 대통령에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당선됐다.
 
아르헨티나는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1970년대까지 경제 부국이었지만 잇따른 경제 정책의 실패로 망가진 대표적인 국가다.
 
최고 140%대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40%대의 빈곤율 속에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 대신 극우파 밀레이 후보를 선택했다.
 
불과 1~2년여 전만 해도 밀레이 당선인은 무명이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2021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 무대에 등장했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는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8월 대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비선거(PASO·파소)에서다. 중도우파 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과 마사 후보를 누르고 깜짝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후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대선 본선에서는 2위로 잠시 주춤했지만 최종 결선 투표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외신들은 물가 상승 등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현 정부를 포함한 좌파 정부의 실정을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유권자들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좌파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며 '차악'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밀레이의 당선은 아르헨티나의 정치, 경제적 지형을 뒤흔들 전망이다. 실제 그의 주요 공약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표적으로 '중앙은행 폐쇄' 공약이다.
 
말레이 당선인은 폐쇄 대신 '폭파'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중앙은행을 "정직한 아르헨티나 국민들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메카니즘'이라고 주장했다. 그 만큼 중앙은행의 통화신용 정책을 불신한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인이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둔 지난 16일 코르도바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100달러 디자인에 자신의 얼굴을 인쇄한 피켓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또 아르헨티나 통화(페소)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전기톱 퍼포먼스'로 대변되는 정부지출 대폭 삭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기 매매 완화, 장기 매매 허용, 지구 온난화 이론 배격 등도 있다.
 
외교에서도 격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 공동시장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는 자유가 없고, 누군가 원하는 걸 하려 할 때 그를 살해한다"며 공개적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과는 협력 체계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등 전임 정부의 정책에 재조정이 예상된다.

지난 8월 승인을 받아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내년 1월)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밀레이 당선자는 다음달 10일 대통령에 취임하며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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