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바이든 마주 앉았지만…갈등 원인 제거는 '실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있는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인 대만 문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차만 드러내 이번 회담을 통한 양국간 긴장 완화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채널 복원, 펜타닐 단속 합의…대만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양국 군이 남중국해 등에서 무력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한 것으로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미국으로 합성 마약 펜타닐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자국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한 점도 미국 입장에서는 큰 성과다. 현재 펜타닐 과다복용은 교통사고와 암 등을 넘어선 사망원인 1위일 정도로 미국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펜타닐 문제는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는 점에서 시 주석에게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동안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펜타닐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세를 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그러나 양국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대만 문제,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문제에 있어서 양국 정상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수년 안에 대만을 향한 군사적 행동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당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없지만 언젠가는 실행에 옮기겠다는 다짐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는 답변으로 우회적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가 하면, 내년 1월에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덧붙였다.

이처럼 양국간 입장차가 분명한 만큼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양국간 군사 채널이 끊긴 이유도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문이라는 점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갈등은 언제든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인 군사 채널 복원 합의의 파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수출·투자 통제 계속…"긴장완화 짧게 끝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함께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인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전혀 진일보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의 수출·투자 통제 조치에 대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작심 비판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선을 그었고, 대중국 투자 위축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때문이라며 오히려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이에따라 반도체로 대표되는 첨단 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보다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중국도 반도체 등에 대한 기술 자립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시행중인 갈륨과 게르마늄, 그리고 흑연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라는 보복 조치 역시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이유로 데이비드 색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낮은 기대 충족하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중 관계 리셋은 그렇게 빨리는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의 장기간 전략 경쟁이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만 총통 선거·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필리핀 압박·유럽과 중동의 전쟁 등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에 따른 미중 긴장 완화는 짧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압박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확대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해 호소했지만 무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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