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 올가을 짧게 내린 첫눈에 시민들은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17일 오전 서울 도심 곳곳에 약한 눈발이 흩날리고 비가 내렸다. 올가을 서울 첫눈은 평년보다 4일, 작년보다 12일 빨리 왔다.
전날 기상청 예보를 통해 첫눈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안 시민들은 우산을 준비해 눈을 피했다. 갑작스러운 눈과 비에 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점퍼 모자를 둘러 쓰고 허겁지겁 건물 안으로 몸을 피했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행여나 추울까 반려견에게 목도리 등 방한 용품을 입히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찍 찾아온 첫눈을 반갑게 맞이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70대 심모씨는 "첫눈을 보니 너무 좋았다. 옛날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날씨가 추워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 인근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정모(58)씨는 "첫눈을 보니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다만 첫눈이 소복이 쌓이지 않고 흩날리는 수준으로 그쳐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의도 공원에서 사진을 찍던 전모(79)씨는 "첫눈이 내리긴 했는데 좀 감질나게 내렸다"며 "펑펑 쏟아졌으면 눈이 소복소복 쌓여서 좀 더 낭만적이고 운치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공원에서 만난 80대 김주영씨는 "작년보다 첫눈이 빨리 온 것 같다"며 "첫눈이 좀 푹신히 와야 느껴지는데 잠깐 흩날리다가 그쳐 아쉽다"고 말했다.
평소 공원 야외 정자에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던 어르신들은 눈과 비를 피해 비닐 바람막이가 설치된 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공원에서 보수공사를 하던 인부들도 행여 비가 더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작업을 서둘렀다.
시민들은 올겨울 강추위와 눈으로 인한 빙판길을 우려하기도 했다.
공원 관리를 하는 자원봉사자 60대 최기현씨는 "오후에 나와서 눈 내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며 "아침에 흩날렸다고 자식들에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니 눈이 와야 하기는 한데 노인들은 그만큼 (미끄럼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순(58)씨는 "날씨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항상 여벌로 옷을 가지고 다닌다"며 "곧 추위가 올 것 같은데 나무들 보면서 '빨리 월동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주영씨는 "또 내일은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더라"며 "여름은 몇십 년 중 최고로 더웠고 또 겨울도 (추울 것이란) 말이 있어서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강원 지역의 눈은 이날 밤 대부분 그치지만, 충청·호남 지역에서는 다음 날(18일) 오전까지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번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서울(-4도)·수원(-7도)·대관령(-10도)·청주(-5도)·대전(-3도)·남원(-4도)·안동(-5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날씨는 모레부터 풀려 다음 주에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로 기온이 영상권일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