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폭행으로 고소해" 가스라이팅…교회 장로 징역 4년

검찰 수사관이자 교회 장로…법정구속
부인과 함께 어린 신도들에게 '거짓기억' 주입
유년시절 성폭행 당했다며 친부, 외삼촌 고소하게 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4년 선고한 법원
범행 도운 부인에게도 징역 4년 법정구속


주변 지인들에게 가족을 상대로 무고 범행을 종용한 검찰 수사관이자 교회 장로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어린 신도들에게 잘못된 기억을 주입해 친부와 외삼촌 등을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게 한 범행에 대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김길호 판사)은 16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찰 수사관 이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도운 그의 부인 이모씨와 교회 집사 오모씨는 각각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 공판에서 이씨와 그의 부인에게 징역 3년을, 오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3년부터 서울의 한 교회를 다니며 장로로 활동한 이씨는 20~30대 어린 신도들을 상대로 성상담 등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회개 등을 강요했고, 특히 친부나 가족들로부터 유년 시절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주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일부 피해자들이 2019년 8월 친부와 외삼촌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 [법정B컷]檢수사관 출신 수상한 장로가 벌인 일…피해자의 절규)


이들은 재판 내내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 사실을 말한 것이고, 자신들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었을 뿐 무고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할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인들에게 영적 능력이 있는 존재로 인식돼 교회 내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라며 "(피해자들이 진술한) 성폭행 사실은 피고인들이 교인들에게 오기억을 주입해 만든 허구로, 허위사실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성 상담을 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했고, 상담 중엔 암시와 유도, 질문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듣는 과정을 반복했다"라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성폭행 사실이 허위였음을 알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무고 신고를 당한 외삼촌 등이 피고인들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하자 이씨 등이 범행에 나선 것이라며 범행 고의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이단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권위에 도전하자 피고인들은 고소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신도들은 고소사실이 허위임을 깨달았지만, 부친과 생긴 불신과 훼손된 명예는 평생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무고로 신고당한 외삼촌의 경우는 출국정지와 수사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해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놓는 등 반성의 여지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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