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이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의 '리턴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 후보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전현직 간 '재대결'에 대해 '피로감, 두려움, 슬픔을 느낀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인 식상한 후보들에 반해 '신선함'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양당 후보 외에 제3지대에서 적어도 4명의 후보가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출사표를 던진 제3지대 후보는 녹색당 후보로 두 차례나 대선에 출마했던 질 스타인이다. 그는 지난 주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녹색당 안에서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와 후보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달 웨스트가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세 번째 출마길이 열렸다.
스타인은 특히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경합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표를 가져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진보주의자가 본의 아니게 트럼프를 도운 셈이 된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기세는 말 그대로 상당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3자 가상대결)에서 24%의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여기다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도 있다.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인 그는 최근 내년 상원 선거에 불출마 입장을 냈는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대권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초당파 중도를 지향하는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No Lables)'는 내년 슈퍼화요일(3월 5일)을 즈음해 양당의 후보가 바이든·트럼프로 정해질 경우 독자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맨친 상원의원도 여기에 관심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물론, 양당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 제3지대의 후보가 곧바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박빙의 선거 국면에서 이들 후보가 누구의 표를 더 잠식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어 대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또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제3지대 후보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후보는 로스 페로이다.
지난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가 경쟁했을 때 로스 페로가 제3의 후보로 등판해 전국적으로 20%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다.
로스 페로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당시 공화당 표를 잠식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대선 때는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2.7%의 득표에 그쳤지만, 역시 경합주에서 앨 고어 후보 표를 빼앗으며 아들 부시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민주·공화 양당도 이같은 제3지대 후보 난립이 내년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놓고 분주하게 주판알을 두드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