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국내 숙박업소 예약자에게 정부가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5만원 이상 숙박업소를 이용할 경우 3만원을 쿠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내 여행 수요를 확산시켜 여행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른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들이 정부에서 소비자에게 숙박비를 지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숙소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박모씨는 "11월에 부산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알아봤는데 9월에 확인했을 때는 15만원이던 숙소가 최근에 갑자기 22만원으로 올랐다"며 "정부가 할인쿠폰을 준다고 해도 숙박업소가 숙소 가격을 그에 맞춰서 같이 올려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토로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 관계자는 "과거 숙박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지원 사업이 진행될 때도 비슷한 이슈가 있었다"며 "숙박 페스타 진행 전에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제휴점을 대상으로 사전 안내를 했고 지속적으로 가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가격 결정은 제휴점의 몫이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나서서 가격을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구 북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쿠폰을 지원한다고 해서 숙박업소 측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닌데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괜히 국내 여행이 비싸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여행 '바가지' 이미지 확산… 해외에 수요 빼앗길 수도
김씨의 걱정대로, 이러한 상황은 국내 여행이 '바가지 여행'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 양산시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작년에 15만원 하던 숙소를 33만원을 주고 다녀왔고 백숙 한 마리에 6만원을 지불했다"며 "이 정도로 바가지를 쓸 것이라면 차라리 돈을 더 모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숙박업계 관계자 이 모씨는 "물가가 올라서 숙박업체들이 힘드니까 숙박 페스타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가격을 올린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국내 여행지가 비싸다는 인식을 만들어 오히려 이익을 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바가지 여행'이라는 인식이 지속되면 해외여행 증가세와 맞물려 여행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동안 해외 결제금액은 전주 동기간 대비 8.3% 증가한 반면 국내 소비금액은 3.0%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싸게 국내 여행을 하느니 비슷한 가격이나 돈을 조금 더 들여서 해외 여행을 하는 현상의 방증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행업계 관계자 김모씨는 "최근 국내 여행물가는 오르는 반면 엔저현상 장기화로 일본 여행이 저렴해졌다"며 "국내 수요 일부가 해외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적절한 가격에 숙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숙박업계 관계자 이모씨는 "해외로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숙박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적정선에서 숙소 가격을 책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