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찬반 논란이 시들지 않고 있다.
야권과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금 청구를 방지하고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보호함으로써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권과 재계에서는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유발하여 기업의 경영활동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부 능선을 넘은 노란봉투법이 실제 발효단계까지 다다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동계와 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풀어봤다.
노란봉투법, 왜 만들어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요구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사태부터 시작됐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전체 직원 7179명을 2646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반발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쌍용자동차는 노조의 점거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생산시설 점거는 불법이며 파업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돼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법원은 2013년 노조가 사측에 약 33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경찰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노조가 약 13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으며 노조는 총 47억 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3년 말 한 시민은 "손해배상금 47억 원을 시민 10만 명이 4만 7천 원씩 나누어 내 노조를 돕자"며 한 시사주간지에 돈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모금은 월급이 현금으로 제공되던 시절 사측에서 월급을 담아주던 '노란봉투'를 따서 '노란봉투 프로젝트'로 불렸다. 총 4만 7547명이 참여해 약 14억 6천만 원이 모금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19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노조법이 규정하는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권과 재계의 반대에 부딪힌 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하청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노조 측은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하며 51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해 인건비, 사내 용역비,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등 비용을 불필요하게 지출했다며 집행부 5명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이에 지나친 손해배상 청구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고자 한다는 비난이 일었고 21대 국회에는 정의당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11개 법률안과 1개의 청원이 제출됐다.
이후 노란봉투법은 지난 5월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고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노동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해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등 반대 의견을 내며 여야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 무엇을 담고 있나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가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사용자와도 직접 단체교섭할 수 있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에 있다.
먼저 노동자의 교섭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만 사용자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하며 범위를 확대했다.
직접적인 근로계약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청이 하청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의 범위가 원청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섭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 원청이 하청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법상의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개정안에 따르면 하청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원청만이 교섭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따라서 원청이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동쟁의 대상의 폭도 넓어진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에 따르면 노동쟁의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여기서 노란봉투법은 기존의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 전반으로 확대해 임금이나 정리해고 등 결정된 근로조건에서 비롯된 결과에 대한 쟁의행위도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른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자가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경우,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책임 범위도 정해진다.
노동조합법 제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는 노조의 파업이 노동조합법에 의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시 손해배상 책임을 파업의 주체가 되는 조합원이 연대해서 배상해야함을 의미한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손해배상 책임 액수를 쟁의행위에 대한 기여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며, 노동자 개인이 져야 할 손해배상 규모가 정해지도록 했다. 법원이 불법 파업으로 판단했더라도 조합원 모두가 거액의 손해발생액을 부담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회사가 요구한 거액의 손해배상 금액을 조합원들이 함께 책임지도록 해, 한명이 이탈하면 남은 조합원들이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책임)을 지는 구조다.
이에 기업에서는 노합원 개인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대신 손해배상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회유책으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해 손배소가 기업의 노조 파괴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