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결혼과 출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불임과 난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 새 전체 불임 치료 진료비는 2배 가까이 늘었으며, 난임 시술 진료비도 68%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기혼 인구의 10~15%가 난임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임신이 되지 않아 몸과 마음고생을 하는 부부가 많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임신 어렵나?
6개월 동안 피임 없이 성관계를 했을 때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난임이라고 정의하고, 1년 동안 피임 없이 성관계를 했을 때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불임이라고 한다. 난임의 원인은 1/3은 여성, 1/3은 남성에게 있고, 나머지 1/3은 원인을 알 수 없다.
난임 중 여성적 요인으로는 자궁질환, 배란장애, 난소 기능 저하 등이 있고, 남성적 요인으로는 정자를 만드는 고환에 이상이 있는 경우, 무정자증 등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흔히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시곤 한다. 다만 임신과 출산 전반에서는 하루 섭취 카페인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전문의는 10일 CBS 노컷비즈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해 "커피도 난임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가 되어 있다"며 "과도한 카페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페인이 호르몬 농도를 변화시켜 배란장애나 황체기능부전을 유발할 수 있으며, 나팔관 수축 작용을 방해해 임신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임신 중 카페인 섭취량을 300mg 이하로 권고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250~300㎖)에 약 190mg의 카페인이 들어있으므로 한 잔 이내로 마시는 게 좋다.
피임약 오래 먹으면 임신 어려울까?
시험이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피임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난임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루프를 삽입했다 중단하더라도 이는 난임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피임약은 약을 먹는 동안에만 피임이라는 약효가 유지돼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임신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한다.
피임약 복용 중단 후 2년 내 임신 성공률이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 성공률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선화 전문의는 "피임약을 처방하면 난임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잘못된 편견"이라고 말했다.
축구공에 급소 맞으면 난임 확률 높아져
축구공에 급소를 맞으면 난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선화 전문의는 "남성의 고환 트라우마는 불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요 부위를 맞은 통증은 호르몬과 발기 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무정자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더 이상 트라우마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관리를 해야 하며, 아이가 잘 생기지 않을 때는 반드시 정액 검사를 해 봐야 한다.
무리한 다이어트 등 저영양상태 역시 난임 확률을 높인다. 영양 부실로 인해 생식 호르몬이 억제되면서 생리가 불규칙하게 되고, 무월경이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난자의 성숙에 방해가 일어나 배란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자의 성숙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D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질염 치료를 잘 하지 않으면 난임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의 염증은 상행성으로 올라가게 된다. 질염, 자궁 경부염, 자궁 내막염, 난관염 순으로 진행된다. 진행이 되다보면 결국 난관염이 생기게 되는데, 난관염이 생기면 사실상 난임이라고 본다.
정선화 전문의는 "질염이 치료가 잘 안될 경우에는 바로 내원해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며 "산부인과를 제발 가까이 하라.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가야 문제를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술·담배는 생식 능력을 저하하는 데 일등 공신이니 꼭 금연·금주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난임 진단 부부 위한 시술 지원도 있다
피임 없이 1년 이상 일주일에 1~2회 부부관계가 있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6개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부부가 동반해 난임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난임 검사의 종류는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본적인 성호르몬 검사,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갑상선 호르몬, 유즙분비 호르몬 검사, 난자의 성숙에 영향을 미치는 비타민D 검사,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경우 당화혈색소 검사, 난소의 기능을 보는 항 뮬러관 호르몬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난임 검사는 생리 시작 후 3일째가 가장 정확하다.
법적 혼인 상태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들은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가 신선배아는 최대 9회, 동결배아는 최대 7회, 인공수정은 최대 5회까지 건강보험 횟수에 적용되는 시술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정선화 전문의는 "난임이라는 과정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임신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배제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