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깨알' 물가관리 효과는? 전문가들 대체로 회의적

장차관들 수시로 배추밭 마트로 출동, 라면 주무관, 빵 사무관 생겨
깨알 물가관리 효과? 전문가들은 '글쎄'
물가 관리엔 통화정책이 기본이지만, 금리 못올려 나온 고육지책?
경쟁 업체에 부담주는 과도한 정부 개입 우려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요즘 장차관들은 배추밭와 마트를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마트에서 명태 물가를 체크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해외 출장이 끝나자마자 배추밭으로 달려가는 식이다.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가 지난 2일부터 가동되자 나오는 풍경이다.

기획재정부가 키를 잡고 있는 이번 물가 대책의 핵심은 품목별 가격 체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원유)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가격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 '빵 사무관', '라면 주무관'이 생긴 것이다. 해양수산부도 고등어와 명태 등 몇몇 품목을 정해 가격을 체크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도 현장 담당자를 따로 배치했다. 이명박(MB) 정권 시절 정책을 연상시킨다. 정부의 몇몇 품목에 대한 깨알같은 물가 관리, 과연 효과가 있을까?

경제 전문가들 고개 갸우뚱, "통화정책이 기본 돼야"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효과는 물론, 정책 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MB정부 때도 50개 품목을 정해 물가관리를 했었는데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이 났다"며 "현재 체감물가와 통계물가의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 정책들을 가져와 쓰는 것은 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해야 체감물가와 통계물가의 차이가 좁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물가 산정 방식에는 전·월세 값은 주 지표에 포함되지만, '자가주거비'는 보조지표로만 활용돼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자가주거비까지 지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핵심인 부동산 문제를 빼놓고 생활 품목의 물가 몇개만 관리한다고 해서 전체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는 관점이다.  

갈수록 커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 연합뉴스

개별 품목의 가격 관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기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물가 관리의 목적이 시장에서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는 것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통화정책이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왜곡을 바로 잡을 수는 있지만, 전체 물가 안정으로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개별 품목에 대해 공무원을 지정하는 방식은 한계를 가질수 밖에 없다"며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축소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에 더해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을 상쇄시킬 수 있는 지원책, 관세 조정을 통해 해외로 유입되는 물품의 원가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 교수는 "정부의 품목 관리가 자칫 개별 경쟁적 기업에 대한 압력이 돼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발 나아가 "물가안정의 책임은 중앙은행, 즉 한국은행이 지는 것이고 이는 한국은행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통화 정책은 펴지 않고 정부 행정력으로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뒤에 정부가 나서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복지 정책 등으로 보살피는 것이 순서"라며 "물가가 불안한데 경기가 어려워질까봐 한국은행이 금리를 못올리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리 못 올리니 택한 고육지책? 

박종민 기자

다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금리를 올리기에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등 여러 걸림돌이 많다. 그렇다고 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며 "통화정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미시적인 대응책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부진으로 통화정책의 손발이 묶여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서 정부의 장바구니 물가 관리 취지를 '고육지책'으로 평가한 것이다. 안 교수는 "물가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얼마나 정교하게 품목을 정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즉, 효과가 있으려면 사람들이 이 품목의 가격을 보고 물가가 올랐다고 느끼는 항목들을 잘 선정해 관리하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품목별 물가 관리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는 현장 중심의 관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의적인 시각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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